시간이 지나 재개봉하는 영화들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을 당시 "고양이를 부탁해"를 떠올리며 해당 영화에 대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개봉이 한참 지난 얼마 전에야 부지영 감독님의 굿바이 gv를 통해 이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아버지가 다른 명주와 명은 자매의 로드무비이다. 영어제목인 "Sisters On The Road"에서도 이들이 어디론가 떠나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떠나게 되는 계기는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었다. 너무도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고 각자 마음속에 쌓아둔 상처와 아픔으로 두 자매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왜 떠났는지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명은의 성화에 못 이겨 명주도 함께 떠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여행길은 순탄치 않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둘은 사사건건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원망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명주와 명은의 가족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함께 공존하는 모양새를 띤다. 그리고 그 중심엔 명주와 명은이가 다른 아버지를 가졌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명은은 본인도 아버지 없이 상처받으며 자랐는데 아버지 없는 자식을 낳아 키우는 명주를 보며 또 상처를 받았고 그런 명은의 태도에 명주도 상처를 받아 명은을 멀리해 왔다. 그리고 지금 봐도 파격적인 숨겨진 존재 또한 영화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를 보며 현아이모가 만들어주는 퀼트 의상이 인상 깊었다. 각기 다른 조각으로 이루어졌으나 모여서 하나가 되는 옷처럼 서로 다른 구성원으로 이루어졌으나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다툼을 거쳐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퀼트는 기꺼이 모두를 품어주는 현아이모의 넓은 마음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가족은 가깝기 때문에 서로 간에 더 큰 불만이 쌓이고 더 큰 상처를 주고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다툼은 어느새 서로를 돈독하게 만들어 주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는 제목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