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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Jan 31. 2023

(스포)더 퍼스트 슬램덩크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는 명작이 주는 감동

사실 난 슬램덩크 세대는 아니다. 그래서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사 신청도 안 했고 개봉한 지 3주가 지나도록 실관람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슬램덩크에 대한 열광은 내가 예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모두 슬램덩크에 열광하고 있었고 그 분위기를 만든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나는 부라부라 만화책을 10권까지 읽고 슬램덩크를 보러 달려갔다.

기존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강백호였다.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타고난듯한 피지컬과 천재적인 재능, 그리고 그만이 가지고 있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이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당시 만화는 그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극장판 주인공은 강백호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던 "송태섭"이 그 주인공의 자리를 맡았다. 송태섭은 농구선수를 꿈꾸기엔 키가 많이 작다. 보통 일반인도 평균 170은 되는데 송태섭의 키는 168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보다 어려움도 많고 극복해야 할 것도 더 많다.

나는 이런 송태섭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온 것이 좋았다. 어린 시절엔 내가 비범하다고 생각하고 천재적인 만화 주인공에 나를 대입하며 본 반면 성인이 된 지금은 내가 누구보다도 평범하다는 것을 알았고 헤쳐나갈 고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요즘은 천재적인 인물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그 한계를 뚫고 나오는 모습에 더 마음이 간다.

영화는 만화책의 맨 뒤 경기 장면인 산왕공고와의 시합을 송태섭의 어린 시절과 교차하며 보여준다. 송태섭의 어린 시절은 만화책에서는 나오지 않은 부분이나 마치 인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이야기를 내놓게 되었다는 감독님의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송태섭이 가진 어린 시절 형에 대한 아픔, 등번호 7번을 고집하는 이유, 밟혀도 묵묵히 일어나는 모습이 경기과정 사이사이 잘 녹아들어 있었고 이 과정을 보며 마치 힘들지만 다시 일어나 달려야 하는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성장하는 인물들 모습은 비단 송태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합을 통해 모든 멤버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고릴라 주장 채치수는 의욕 없는 멤버들 사이에서 비웃음을 당하다가 3학년이 되어서야 맞는 팀을 만났는데 과거의 그 기억들이 계속 불쑥불쑥 튀어나와 그를 짓누르고 있었고 정대만은 방황하며 쉰 탓에 중학교 시절 MVP였다는 비아냥과 딸리는 체력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서태웅과 강백호의 어려움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으나 그들 또한 극복해야 하는 한계를 경기를 통해 이겨내고 있었다.

상대편인 산왕공고의 정우성 선수가 성장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승리만을 거머쥐어서 자신감 넘치는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거만한 모습을 보였던 정우성은 북산과의 시합에서 패배하며 자신이 원했던 그러나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아픈 새로운 성장을 하게 된다.

다 같이 걸어 나오는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느껴지는 설렘 가득한 감정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3d로 구현한 슬램덩크가 우리에게 더 생생한 긴장감을 지닌 경기를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생동감 넘치는 연출덕에 어느새 북산이 이기길 간절히 응원하며 영화 속에 빠져들었다. 3d지만 감독님께서 전부 직접 리터치 했다는 말을 듣고는 이 애니를 얼마나 애정을 담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슬램덩크를 보며 인생이 마치 길게 늘여놓은 경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경기를 뛰고 있다. 쉬엄쉬엄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고 슬램덩크 만화 속 인물들처럼 누구보다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북산고 선수들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모습들은 어떤 면에서는 위로를 또 어떤 면에서는 다시 뛸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오랜 시간 동안 이 만화가 사랑받은 비결일 것이다.

감독님께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제목에는 기존의 팬들이 슬램덩크를 처음 봤을 때의 설렘을 느끼길 바라며 또 처음 슬램덩크를 이 작품을 통해 접한 사람들을 위해 붙인 의미도 있고 아픔을 이기고 내디는 첫걸음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라앉는 것뿐이기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늘 달려야 하는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통을 거쳐가야만 하기 때문에 그 용기를 내는 것조차 힘이 든다. 그래도 다시 용기를 내어 치열하게 달려보자. 끊임없이 도전하고 아파하며 성장해 온 슬램덩크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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