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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Dec 28. 2023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더 이상 일어날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지친 어른들에게 짱구가 보내는 위로

예전에는 인건비가 낮았고 기계화가 지금만큼 진행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알바자리도 많았고 특별한 지식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꽤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고 단순한 일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으며 안정적이라고 하는 직업들 또한 가끔 예측을 벗어나 부서정리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금 세대는 회사에 대한 기대도 낮고 평생직장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간다.

이번 짱구 극장판은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이런 무거운 사회 문제를 그려내고 있었고 이 때문에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보며 더 와닿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이 개봉 전부터 모두의 기대를 모았던 이유에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3d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도라에몽, 슬램덩크가 3d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었기 때문에 2d로는 표현하기 힘든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더 입체적인 짱구의 모습은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대를 알고 있다는 듯 영화는 짱구와 엄마의 추격전으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그리며 시작했고 둘이 달리는 장면도 한 각도가 아닌 여러 각도에서 표현해 내었다.

영화는 능력을 일으키는 두 개의 빛이 사회에서 버림받은 음지남과 모든 게 다 떨어지는 짱구네 집으로 떨어지며 둘의 대립을 예상케 하였다.
초능력을 갖게 된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초능력을 이용하였고  떡잎학교에서 엉덩이로 날아오르는듯한 스킬까지 보여주었던 짱구는 초능력을 엉덩이로 부여받아 빛나는 엉덩이로까지 진화하게 되었다.

나는 음지남을 단순히 무찔러야 하는 빌런으로 표현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그 또한 사랑받고 다시 일어나고 싶은 사람이었고 그런 모습은 마치 힘든 삶에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있는 나의 모습이 겹쳐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음지남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싸워주는 짱구의 모습도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런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도 짱구 시리즈답게 빵빵 터지는 개그 장면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음지남이 우는 장면에서 짱구가 우는 사람=훈이라고 말하는 장면, 영원히 고통받는 짱구 아빠, 매  극장판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발냄새 양말이 무거운 분위기를 완화시켜 주며 극장에서 큰 웃음이 나오게끔 해주었다.

포스터에 있던 수제김밥을 다루는 방식도 좋았다.
사실 짱구네 집은 평범한 회사원인 짱구 아빠와 넉넉하지 못한 월급 안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짱구 엄마라는 설정이 있다. 그래서 비싼 고기를 먹지 못하고 수제 김밥을 먹게 되었어도 가족들 다 같이 모여 화목하게 김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마치 음지남과 같은 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하게 내밀어 주는 손처럼 느껴졌다.

앞에서 말했듯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보면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위로받을 수 있을 작품이다.
짱구 가족을 위주로 그려내어 짱구 친구들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대신 짱구 친구들만큼이나 큰 활약을 벌이는 가족들의 모습이 친구들 못지않게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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