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그리고 그래피티
‘Avenida’
미리 외워둔
숙소 근처의 지하철역 이름이
전광판에 나타났고
나는 마치 이곳에
며칠은 머물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캐리어를 끌고 내렸다.
밤 11시의 리스본.
첫 만남이다.
골목길에는 인적이 없고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설치된
노오란 할로겐 등불만이
텅 빈 골목을 아늑하게 밝히고 있다.
몇 걸음 나아가자
끝이 없어 보이는 가파른 계단길과
수많은 그래피티들로 수놓아진 벽들이 나타났다.
거리 등 아래로 보이는
계단길 그리고 그래피티.
그것이 내가 느낀 리스본의 첫인상이었다.
계단을 모두 올라서고
좁은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처음 마주한 탓인지
어두운 밤 탓인지
누구 하나 물어볼 행인이 없어서인지
숙소로 가는 길이 조금은 길게 느껴졌지만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더욱 앞섰기에
이 순간만큼은 가는 길이 멀어도 모든 게 좋았다.
나는 계속 묵묵한 발걸음으로 전진했고,
울퉁불퉁한 돌바닥 거리 위로
드르르륵 캐리어 바퀴소리가
차에서 내뿜는 연기처럼
조용한 골목 사이사이로 울려 퍼졌다.
마치 이곳에 내가 왔음을 알리기나 하듯이
반가워, 리스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