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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Feb 08. 2019

#3 리스본의 첫인상

계단 그리고 그래피티

‘Avenida’


미리 외워둔

숙소 근처의 지하철역 이름이

전광판에 나타났고


나는 마치 이곳에

며칠은 머물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캐리어를 끌고 내렸다.


밤 11시의 리스본.

첫 만남이다.


골목길에는 인적이 없고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설치된

노오란 할로겐 등불만이

텅 빈 골목을 아늑하게 밝히고 있다.


몇 걸음 나아가자

끝이 없어 보이는 가파른 계단길과

수많은 그래피티들로 수놓아진 벽들이 나타났다.


거리 등 아래로 보이는

계단길 그리고 그래피티.

그것이 내가 느낀 리스본의 첫인상이었다.


리스본의 첫인상 (2019, 오건호)


계단을 모두 올라서고

좁은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처음 마주한 탓인지

어두운 밤 탓인지

누구 하나 물어볼 행인이 없어서인지

숙소로 가는 길이 조금은 길게 느껴졌지만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더욱 앞섰기에

이 순간만큼은 가는 길이 멀어도 모든 게 좋았다.


나는 계속 묵묵한 발걸음으로 전진했고,


울퉁불퉁한 돌바닥 거리 위로

드르르륵 캐리어 바퀴소리가

차에서 내뿜는 연기처럼

조용한 골목 사이사이로 울려 퍼졌다.


마치 이곳에 내가 왔음을 알리기나 하듯이


반가워,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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