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건호 Feb 15. 2019

#5 리스본 호시우(Rossio) 역

심장을 품은 그곳

외출 준비 끝.

‘딸깍’

숙소 현관문을 닫고

가벼운 마음으로 밖을 나선다.


허겁지겁 지갑과 핸드폰

그리고 사원증을 챙겨 나오던

평소 출근길 아침과는 다르게 느긋한 아침.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어떠한 임무도 없다.


4분 안으로 돌파해야 할 지하철역 환승통로도

8시 14분 강남역을 출발하는 지하철 열차도

2-2번 승강장도.


상쾌한 아침 공기와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무엇을 눈에 담아볼까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는다.


이제 막 자유이용권을 끊고

놀이동산에 들어온 아이의 마음이랄까.


얼마쯤 걸었을까?

저 멀리 건물들로 둘러싸인

넓은 광장이 보인다.


그리고 길 건너 맞은편에는

몸체에 심장을 달고 있는 듯한

평범하지 않은 느낌의 건물이

나의 시선을 이끈다.


리스본 호시우(Rossio) 역 (2019, 오건호)


건물 1층에 스타벅스가 있는 것으로 보아

유동인구가 많은 곳임은 틀림이 없다.


백화점일까? 미술관일까?


그곳이 무엇이든

나는 몹시 이곳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다.


지긋이 응시한다.


심장 모양의 입구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듯

건물이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저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사랑에 빠지고 싶은 생각이 들 것만 같다.


순간, 신호등 색이 바뀌고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한다.

나도 그들의 흐름에 맞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신트라행 기차가 출발하는

리스본 호시우(센트럴) 역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4 리스본에서 아침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