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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Mar 02. 2019

#8 까르무 수녀원 앞 작은 광장

보랏빛 광장의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와
걸음이 이끄는 대로 무작정 걸어 다녀본다.

리스본을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나무들 때문인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더욱 이국적이고 새롭다.

지금껏 자연이 내게 주던 익숙한 색과 달리
낯선 보라색은 나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며

여행 감흥을 더욱 돋우는 듯했다.

십여분 정도를 걷다 보니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거리 연주자들,
광장 중간에 위치한 오래된 분수대,
보랏빛 낭만을 유유하게 감상하고 가란 듯이
자리를 내어놓고 있는 벤치들.

그리고 광장 한편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웅장하지만 약간은 투박해 보이는 건물이 있다.

‘까르무 수녀원’

그곳에 적힌 이름이다.

이곳 작은 광장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뭐라도 당장 그리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나는 벤치에 앉아 무언가에 홀린 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Chafariz do Carmo (2018, 오건호)


그림을 그리는 도중
누군가가 익숙한 언어로 나를 부른다.

‘저기 한국분이세요?’

어떤 젊은 여성분이 말을 걸어오셨는데,
타국의 낯선 장소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국인이 신기해 보였나보다.

나는 잠시 펜을 내려두고
여행 중 처음 마주친 사람들끼리 나눌법한
짧은 인사와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 이직 준비 중에 있는 직장인이었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 중이라고 했다.

나 또한 직장인이며 이번 여행 계획과

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게 된 이야기 등을

말하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이었지만

직장인과 여행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어색하지 않은 대화를 잠시 나눌 수 있었다.


서로의 소중한 여행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치껏 대화를 마무리하고,
앞으로의 즐거운 여행을 빌어주며
각자의 길로 나설 준비를 한다.

헤어지기 전에 나는 궁금한 것이 떠올라
그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저 보랏빛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아세요?”


그러자 그녀는,
“‘자카란다’라는 나문데 색이 너무 예쁘죠?”
라고 친절히 답하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저기 수녀원 옆길로 가면 산타후스타 전망대가 있는데 아래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어요.’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이 근처에

포르투갈 가정식이 맛있는 한 음식점이 있다며

그곳의 위치를 알려주고는
다정한 미소와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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