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건호 Mar 08. 2019

#10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로 가는 샛길

멈추다 그리고 담다.

발길을 돌리자마자 길 끝이 보인다.


한쪽으로는 내려가는 계단이

다른 한쪽으로는 올라가는 계단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전망대로 통하는 길임이 틀림없다.


순간 까르무 수녀원 건물벽에서 뻗어 나온

반 아치형 통로 사이로 보이는 눈 앞의 모습이

나를 잠깐 멈춰 서게 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그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펜이 종이에 맞닿기 전

조금 전 대화를 나눴던 작가가 떠올라

잠깐 뒤를 돌아보자

마침 그녀도 나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나도 피식 웃으며 답례를 보내고

다시 고개를 돌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멈추기. 바라보기. 담기.

이곳을 온전히 이해해보는 시간.


산타주스타 전망대로 가는 길 (2018, 오건호)


매거진의 이전글 #9 리스본에서 마주친 아티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