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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Mar 22. 2019

#13 포르투갈 가정식 음식점 (2)

바깔라우 요리 그리고 진지냐

“친구, 한국에서 왔나?”


“네.”


“아뇽하세요!”


그가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나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포르투갈식으로 답례를 했다.


“어제도 한국에서 온 여행객 한 명이 식사를 하고 갔는데, 한국식 인사를 배웠지!”


아마도 오늘 아침에 이곳을 알려준 그분인가 보다.

이 음식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는

특유의 미소와 붙임성으로

홀로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는

나의 어색한 표정을 누그러뜨려주었다.


욕심이 많고 메뉴가 많아질수록

메뉴 선정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럴 때는 그 음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요리사에게 직접 추천을 구하는 것이

가장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도 마냥 추천해달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범위를 정해주는 것이 도리인 듯하여

생선요리 중 가장 추천해줄 만한 요리를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 있게

가장 먼저 ‘바깔라우(대구)’ 요리를 가리켰고,

나는 그의 제안에 따라 바깔라우 요리를 주문했다

거기에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그린와인 한 잔.


그는 문제없다는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메뉴판을 들고서는 다시 주방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적당히 그을린 감자와 생선 아래로

맑은 연둣빛의 올리브유가 깔린

포르투갈식 바깔라우 요리가 나왔다.


바깔라우 요리를 손질하는 요리사 (2019 오건호)

친절한 그는 숟가락 2개를 양손에 쥐고서는

먹기 좋게끔 생선가시를 모두 발라주었다.


부드럽고 담백한 생선 살을 입에 넣은 뒤

그린 와인 한 모금을 마시니 탄성이 절로 났다.


한창 요리를 맛보고 있을 때

다시 그가 빨갛고 투명한 빛의 액체가 담긴

술잔을 테이블 위에다 가져다주었다.


“진지냐라는 건데, 체리로 담근 포르투갈

전통술이지. 한 잔 마셔봐 아주 맛있을 거야!”


붉은빛이 맴도는 진지냐는 무려 20도나 되는

술이지만 체리 고유의 빛깔과 단 맛 때문인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정말 맛있는데요? 이거 구매할 수 있는 건가요?”


여행은 늘 그렇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이건 특별해. 나중에 구하지 못할 거야.’라는

필요성의 명목 아래 소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법.


“그럼 물론이지! 호시우 광장에 ‘A Ginjinha’라는

매장이 있는데 거기가 진지냐로 유명하다고.”


나는 리스본을 떠나기 전 진지냐를 구입할 생각에

그가 알려준 장소를 기록해두고 식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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