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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Sep 11. 2019

#33 기차에서 시작된 동행

새롭게 만난 동행자 그리고 신트라 여행 지도

“조금 전 역에서 그림 그리시던 분 맞으시죠?”


플랫폼 근처에 쪼그려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나를 지나치다 보았는지 그가 물었다.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종종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게 되기도 하는데

이는 상대방이든 나든 서로 모르는 이들 간의

경계심이나 어색함을 풀고

대화의 시작을 만들어주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여행 다니면서 그림 그리시는 분들 보면 너무 부럽더라고요.”


“아... 그렇죠? 예...”


나는 부럽다는 그의 말에 순간 쑥스러움을 느껴서인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엉성한 대답으로 얼버무리다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 번 그려보세요, 저도 여행 다니면서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요? 근데 저는 손재주가 너무 없어서요.”


그 뒤로 그림 이야기가 몇 번 오가다

오늘의 주제 ‘신트라 여행’이 등장한다.


“신트라 여행 계획을 어떻게 세우셨어요?”


그 질문을 들었을 때까지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나의 계획은 그저 ‘신트라만 도착하면 알아서 이곳저곳을 걸어 구경 다니겠지.’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곧 얼마나 무모한 선택을 했던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신트라는 유명한 관광지들이 넓게 산재되어 있고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버스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걸어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신트라 근처를 둘러보려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해요. 버스가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 몇 군데 갈 곳을 정해서 시간 배분을 하고...”


그는 머물던 한인민박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해준 것이라며 신트라 주변 여행을 위한 가이드용 지도를 펼쳤다.



“그래서 저는 여기 ‘아제나스 두 마르’와 ‘호카곶’을 가려는 중인데 그럼 같이 가시겠어요?”


무계획에 무대책이었던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의 제안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며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일. 그것 밖엔 없었다. 사실 그와 마주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저야말로 너무 감사하죠.”


생각할 여지도 없이 그에게 답했지만 괜히 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미안하기도 감사하기도 하여 말을 덧붙였다.


“대신 제가 사진 멋지게 잘 찍어드릴게요.”


“좋아요. 그럼 우선 ‘아제나스 두 마르’로 가야 하니 신트라역 한 정거장 전에 내려 버스를 타러 가보죠.”


그렇게 기차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과 함께 예상하지 못했던 신트라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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