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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Sep 28. 2019

#36 유럽 대륙의 땅끝 호카곶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다음 목적지는 ‘호카곶’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정말 유럽 대륙의

가장 서쪽 땅 끝에 위치하고 있다.


그가 가지고 온 신트라 여행지도에 안내되어 있는

아제냐스 두 마르에서 호카곶으로 가는 방법 -

‘441번 버스를 타고 가다 403번 버스로 환승’

에 따라 처음 이곳에 내렸던 버스정거장에서

신트라역행 441번 버스에 탑승한다.


“여기까지도 잘 왔으니 호카곶도 잘 찾아가겠죠?”


“그럼요!”


버스 맨 뒷좌석으로 이동하며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물음에 내가 자신 있게 대답을 하는 사이

창 밖으로는 절벽 마을의 모습이 멀어져 간다.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는 ‘아제냐스 두 마르’여, 안녕.


어느덧 환승할 버스와 노선이 겹치는 콜라레스

부근에 들어서자 나는 버스정거장의 안내판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403번이에요.”


번호가 보이자마자 하차벨을 눌러 버스에서 내린 다음 맞은편 정거장으로 건너가 403번 버스를

기다린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버스를 타고

아제냐스 두 마르로 갈 때와 비슷하게

구불구불한 숲길, 조그만 마을길을 몇 번 지나니

탁 트인 언덕과 푸른 바다가 나타난다.


호카곶에 도착한 것이다.


“저쪽으로 가보죠.”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함께 도착한 방문객들의 움직임을 이정표 삼아

땅끝으로 조금 더 가까이 걸어가 본다.


걷고 있는 길 주변에는

초록 풀들이 곳곳을 넓게 뒤덮고 있고

그 사이사이로 형형색색 야생화들이

거친 비바람을 이겨내고 예쁘게 피어있다.


여러 개의 길은 한 곳으로 이어지고

그곳에는 돌로 쌓아 만든 기념탑이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ÇA’


기념탑에는 포르투갈어로 무언가 적혀있었는데

내가 뜻도 모르면서 이곳을 쳐다보며 더듬더듬

읽고 있자 그가 살며시 다가와 설명을 더한다.


“포르투갈의 유명한 시인인 ‘카몽이스’가 남긴 시구

인데 ‘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뜻이래요. 이게 제가 아는 전부예요.”


‘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라...’

카몽이스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서 드넓은 대서양을 바라보며 그 말을 남겼을까?


기념탑 앞으로는 나지막한 돌 울타리가 있는데

이곳 너머로 보이는 대서양의 모습은 그야말로

대자연의 위엄을 직접 보여주는 듯하다.


더군다나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높은 절벽 지대여서인지

‘탁트인’, ‘광활한’, ‘드넓은’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써도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한 경관이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바람 또한 거세게 불어 그 느낌을 배로 증폭시킨다.


울타리에 앉아 가만히 앞을 바라본다.


Cabo da Roca (오건호)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는

햇빛에 반사된 수평선만이

위아래로 그 둘을 구분할 뿐,

마치 데칼코마니 작품을 찍어낸 듯

서로 뒤 바뀌었다고 해도 모를 정도로 닮아있다.


수 천년의 시간 동안 변하지 않았을 이 모습을 보고

다른 시간 속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해왔을까?


옛 유럽인들은 저 바다 넘어 지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 누가 알겠는가?

저 바다 넘어를 지옥이라 두려워할지,

아니면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라고 희망할지.


기념탑에서 읽었던 문장이 다시금 떠오른다.

카몽이스는 이곳에서 희망을 보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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