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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night 왕송희 Sep 20. 2019

푸드홀 레귤러 식스

레귤러 식스

패스트푸드 매장을 가면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서서 메뉴를 고르고 결재를 하고 번호표를 받은 뒤 기다리면 카운터에 내 번호가 뜨고 카운터로 가면 음식이 나와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시스템이 시작되었는데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최저임금 관련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빠른 속도로 외식 산업 매장에 적용되고 있다.


외식업은 고객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환대 산업이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기계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금기처럼 느껴졌었다. 손님의 눈을 직접 마주쳐서 인사하고 주문을 받으며 손님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하는 것은 외식업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사람 집약적 산업인 외식업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서 직격탄을 맞게 되었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전방위 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외식업의 트렌드중에 비대면 서비스가 포함될 정도로 예전에 비해 적극적인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의 팝콘 카운터는 이미 많은 곳에서 스크린 주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맥도널드는 전국 440개 매장 중 250여 곳에 무인 주문 기계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무인 키오스크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조금 익숙해지니 미리 주문할 메뉴를 생각하고, 사용하니 속도도 빠르고 편리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류도 적고 결제도 카드로 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핸드폰과 컴퓨터 사용에 익숙해져서 인지 몇 년 전 보다 나이가 좀 많은 사람들도 작동을 수월하게 한다. 그리고 디지털 세대의 익명성에 대한 안정감과 대인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심화됨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어 보인다. SNS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과잉 연결과 접촉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비대면 서비스는 새로운 편안함을 주고 있다.

다만 패스트푸드점의 경우에 기존의 카운터를 그대로 두고 추가로 스크린 주문기(변경)를 설치하다 보니 고객의 동선이 복잡해져서 우와좌 와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 생기는 매장들은 키오스크 주문기가 설계에 미리 반영되어 원활한 동선으로 정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설계를 변경하면 기존에 사람이 서서 주문을 받던 카운터의 크기가 혁신적으로 줄어 들것이고 고객을 위한 좌석을 더 만든다거나 작은 쇼케이스 등을 설치해서 매출을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무인 주문기 키오스크 1대는 최고 3명의 인건비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효율성을 가진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실제 편의점과 외식업계 등을 중심으로 임금 절감을 위한 무인 서비스 도입이 점차 확산되면서 고용시장에도 빠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 중국은 카드 사용 시대를 패스하고 바로 모바일 결제 시대로 들어갔다고 말할 정도로, 휴대폰 사용자의 80% 이상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인프라 구성이 잘되어 있다. 따라서 로봇이 대체되는 형태의 외식업을 실험하고 실행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쇼핑몰인 알리바바에서는 허마셴셩을 오픈했는데, 이 레스토랑은 주문부터 서빙까지 전 과정 디지털화 관리를 실현한 첫 지점으로 셰프를 포함한 모든 파트의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홍콩에서 상장한 하이디라오도 3년 간 준비한 스마트 레스토랑을 베이징에 오픈을 했는데, 소비자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식자재 창고서 주문에 맞게 재료를 구분하고 주방에 설치된 무인 기기가 분류 및 조리를 시작한다. 로봇이 훠궈 식재료를 구분해 쟁반 위에 올려놓으면, 배송 로봇이 손님 테이블로 운반까지 한다.    

계속 보완을 하며 완벽한 로봇 식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언택트 기술과 푸드테크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도전이 시작되었는데 그 첫발을 내디딘 곳은 축산유통 스타트업 육 그램과 전통주 전문 외식기업 월향이 손을 잡고 최근 오픈한 레귤러 식스라는 이름의 푸드홀이다.

레귤러 식스는 로봇, AI, 블록체인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공간이다. 월향(퓨전 한식), 라운지 엑스(로봇카페), 평화옥(냉면&양 곰탕), 조선 횟집(회), 산방 돼지(돼지고기구이), 알 커브(VIP 공간) 총 6개의 브랜드 공간에 푸드테크가 접목되었다고 한다.    

레귤러 식스의 전체적인 운영 콘셉트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로컬 친화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잘하는 일본의 UDS 공간기획 회사에서 설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남 한복판의 딱딱한 빌딩의 한 공간을 어떻게 해석했을지 궁금했다.


전체 콘셉트는 ‘한옥’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한옥의 ㄱ자 건물과 안방 앞의 마루, ㄱ자의 가장 아래 위치한 부엌, 그리고 이 식당들이 감싸고 있는 마당을 공간화했다. 각 방은 손님들의 개인적인 공간인 점포를 의미하며, 에이징 룸이 있는 곳은 부엌, 소통과 만남의 장으로 마루와 마당을 상징하는 큰 공용공간을 뒀다. 인상적인 것은 전체 1000평 중 공용면적은 400평이라는 것인데, 마당의 이미지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미래의 식당을 표방한 푸드홀이고, 많은 첨단 기술이 접목된 곳이지만 결국은 사람과의 만남과 연결이 있어야만 공간은 완성형이 되기 때문이다.


공용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은 그냥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로봇 바리스타로 뜨거운 눈길을 끌고 있는 라운지 엑스의 매장도 되고 간식을 배달해주는 로봇의 시연 장소로도 그 역할을 뚜렷이 하고 있다. 하얀색의 공간은 색깔을 가지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로봇 바리스타의 움직임이 부각될 수 있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공간이 앞으로 다양한 용도로 쓰일 때에 여러 색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다섯 개의 매장 중 일부는 각자의 콘셉트로 이미 운영되고 있는 식당들이지만 레귤러 식스에서는 브랜드 정체성과 공간 콘셉트를 통일하고, 각 점포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방향으로 기획을 했는데, 전체적으로 각각의 개성은 있지만 톤 앤 매너를 맞춰서 도드라지는 매장이 없게 해서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준다. 마치 양반집 같다. 각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용 복도도 넓어서 시원하고 전체 매장의 전면을 드러낸 것은 좋은 시도이다.

특히 평화옥 앞의 가벼운 정원 공간은 고객의 시선을 한 번 더 머무르게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서서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평화옥과 월향의 오픈된 공간은 공용공간과 소통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반면 가격대가 약간 높은 조선옥은 안쪽을 드러내지 않게 설계를 했다. 모든 매장들의 배열이 일직선상에 있지 않아서 평면이 자연스럽다.

레귤러 식스에서 표방하고 있는 콘셉트는 푸드테크를 접목한 푸드홀인데 인테리어 디자인은 따뜻하고 여느 레스토랑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고 라운지 엑스에서의 로봇 바리스타 정도가 직관적인 느낌의 하이테크 기술이었다.

이제 국내에서 첫발을 내디딘 새로운 기술을 담은 식문화 공간인 레귤러 식스가 고마운 이유는 이러한 실험을 시도했다는 데 있다. 패스트푸드점 뿐만 아니라 하이앤드 레스토랑에서도 언택트 기술을 세련되게 접목했다.

이 공간의 기획을 맡은 이원제 교수는 “레귤러 식스는 한국적인 맛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 식문화 공간으로 외식 산업계에 의미 있는 시도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레귤러 식스가 멋지게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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