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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토끼 Mar 04. 2022

왜 여기에 오픈했어요?

매장 공간 찾기

매장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임대 공간을 찾는 것이었다. 공간 찾기가 길어지면서 나는 온갖 번뇌에 빠져들었다. 임대 공간을 찾는 시간은 우리 부부가 오랜 시간 매장 운영을 희망으로만 품어야 했던 이유를 상기시켰다. 서울의 높은 부동산 임대료를 마주할 때마다 '왜 나는 돈이 없지?' '왜 나는 건물주가 아니지?' '어떻게 권리금이 보증금보다 비싸지?' ' 코로나 시국에 하지 말라는 계신가?' '이러다 매장 운영 못하겠네'라는 생각이 휘몰아쳤다.


여름이 되기 전  오픈을 목표로 했지만 목표는 곧 여름으로, 가을로, 연말로 미뤄졌다. 공간 찾기는 6개월이 소요되었고 아토모스는 2021년 2월이 되어서야 겨우(그야말로) 오픈했다.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첫 번째 후보였던 '우연한 산보'를 택하지 않은 이유가 무색하게 아토모스는 서울 성북동 인적 드문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아토모스를 오픈하고 난 뒤 "어떻게 이런 가게를?" 다음으로 많이 받은 질문은 "왜 성북동(이 자리)에 오픈했어요?"였다. 


우리가 성북동을 선택한 이유는 취향과 필요에 의한 것이었고, 지금의 자리는 주머니 사정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6년째 혜화동에 살고 있다. 쉬는 날이면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혜화동, 성북동, 대학로, 창경궁, 창덕궁, 안국으로 산책을 다녔다. 오래된 동네, 성곽과 궁이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나는 유독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혜화동이나 성북동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긴 시간 간직하고 있었다. 

혜화로터리와 혜화동 골목길. 높은 빌딩이 없어 뻥뚫린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고, 오래된 골목길이 좋다
날씨 좋은 날 심우장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의 요동이 사라질 때가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멍하니 선잠단지를 한참 바라본다.  

그리고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를 이용하기 위해 혜화동에서 망원의 알맹상점을 이용했던 경험이 있어 우리 매장은 주택이 밀집한 집 근처여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매장 준비를 하던 2020년부터 지금까지 혜화동, 성북동, 대학로, 성균관대 인근에는 아토모스 이외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는 없다. 물론은 카페는 수도 없이 많지만. 


공간을 찾던 동선은 결국 우리의 산책 코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6개월 동안 혜화동과 성북동을 시작으로 원서동, 안국, 서촌 일대를 열심히 둘러보았다온/오프라인으로 임대 공간을 열심히 찾아보았고, 어떤 곳은 반복 방문을 하기도 하며 애를 태웠다.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임에도 임대 공간을 찾을  고려했던 필수 조건은 아래의 5가지였다


고즈넉한 동네(고집스러운 취향은 어쩔 수가 없었다)

최소 10평 이상(카페 겸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1층

2층 이상 올라가야 한다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수시로 짐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권리금이 최소인 곳


이것 외에 늘 확인한 것은 전력양(커피와 관련한 각종 기계)과 기존 상점이 공간을 비웠을 때의 공간 상태(인테리어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의 상태 등이었다.


지금의 자리로 결정하기 전 안국역 인근 어느 공간을 꽤 진지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우리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공간은 면적이 작은 데다 효율성 없는 형태를 갖고 있었다. 한편으론 카페와 상점이 넘쳐나는 안국을 선택한다면 인테리어와 장비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불 보듯 뻔해 선택할 수 없었다.


장사는 목이 절반 이상이라지만 목은 결국 돈이라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의 주머니 사정은 진작에 예견하고 있었다. 우리가 마려할 수 있는 공간은 골목의 오래된 공간밖에 없다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봤던 무수한 공간들은 대부분 외진 골목에 위치해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성북동 골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스토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고려했던 필수 조건 대부분을 만족한다는 것. 

평소 성북동 골목을 꽤 많이 돌아다녔지만 한번 들어가본 이후 가지 않았던 골목에 아토모스 공간을 마련했다. ESPACE 17717 건물 1층에 아토모스가 있다.

상권이 마땅치 않은 곳에 마련한 공간이라 아쉬움은 크지만 공간을 찾을 때 필수 조건에 상권은 없었다. 사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 도전 속에 우리의 역량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왜 성북동(이 자리)에 오픈했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간명한 답은 '취향'과 '주머니 사정'이다. 가끔 내 취향이 문제일까라는 생각과 가난한 주머니로 인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질문이 갖고 있는 의도가 어떤 사람에게는 반가움의 의미이고, 또 누군가에겐 걱정 어린 응원의 말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겐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아토모스의 공간.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들은 우연히 혹은 지인의 소개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주머니 사정을 어찌할 수 없었지만 취향은 남겼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연히 들어선 골목길에서 생각지 못한 공간을 만나게 되는 기쁨을 아토모스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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