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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토끼 Apr 02. 2022

파랑의 힘

브랜드 컬러에 대하여  

아토모스의 컬러는 파랑이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덕분에 파랑을 선택하는데 망설임은 없었다.


브랜드 명을 아토모스로 결정한 뒤 남편이 칼 세이건이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 했고 그 지칭에는 인류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 분류 상으로 천문학 서적이다. <창백한 푸른 > <코스모스> 더불어 명저로 유명하지만 나에게는  두꺼운 과학서적을 읽을 계기가 생기지 않았었다. 매장 운영을 준비하며 브랜딩이나 경영에 관한 책은  권도 보지 않으면서 나는 <창백한 푸른 > 펼쳐 들었다. 천문학이 겸손과 인격수양의 학문임을 증명하듯  세이건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우주의 존재와 인간의 우주 이동 방향성을 설명한다. <창백한 푸른 >에서는 그의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면모가 문장 곳곳에 드러난다.


창백한 푸른 점은 1990년 2월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의 카메라가 찍은 지구의 모습이다. 지구라는 행성의 존재를 몰랐다면 나는 그 점을 지구라고, 지구의 빛깔이 창백한 푸른 빛깔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좁쌀보다 작은 점을 나는 관심 있게 바라볼까? 칼 세이건 역시 우리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 지칭할 수 있는 것은 푸른 빛깔의 바다와 대기, 흰구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말한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어느 외계인 과학자의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작은 점일 수 있다고.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인간이 가진 자만심의 어리석음을 알려주고 지구를 보존하고 소중히 가꿀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찍었다고 한다.(사진출처 : NASA)


외롭고 볼품없는 지구 : 우주 안 인간의 위치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조그만 점의 한 구석의 일시적 지배자가 되려고 장군이나 황제들이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색각 해보라. (중략) 서로 죽이려고 얼마나 날뛰고, 얼마나 지독하게 서로 미워했던가 생각해 보라.


그의 말대로 저 멀리 광대한 우주의 어떤 존재가 지구를 본다면 인간은 수많은 동식물과 함께 '생명체' 카테고리에 묶일 것이다. 인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와 인종의 구별도 필요치 않을 것이며 이데올로기도 무의미하다.


다른 세계로의 이주는 정당한가


인간이 우월하다는 착각, 지구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망상, 인간 간에 벌어지는 배타적 행위로 우리는 유일한 우리 행성을 더럽히고 있다. 과거의 경험과 과학의 발달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더 잘 인식할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른다. 그리고 대응력은 우리가 어떤 집단지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칼 세이건은 앞으로 닥쳐올 큰 재해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구 외 다른 세계에 인간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인정한다. 이와 동시에 인간의 외계 이주가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그에 따르면 과학기술 발달 속도를 생각하면 대규모 우주 이동은 머지않았으므로 우리는 진지한 사유를 해야만 한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다른 세계에 거주하고 재조성하고 지배하려고 하는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태양계에 우리와 다른 존재가 살고 있다면 이것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태양계에 우리 이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칼 세이건의 질문은 인간의 식민 역사와 현재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전쟁, 인간이 촉진시키고 있는 지구 생물의 멸종에 기인한다. 인간의 거만함, 인간이 우주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구 내에서도, 지구 밖에서도 인간 존속은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선 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며 나는 수시로 공포감을 느끼고 있으니,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를 구원할 존재는 우리뿐이라는 칼 세이건의 말은 울림이 크다.




하랄드 브램은 그의 저서 <색의 힘>에서 색이 인간의 무의식의 영역에서 어떤 영향을 발휘하는지, 인류 문화 속에서 색의 상징성 변화를 다채롭게 설명한다.


<색의 힘>에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11가지 색의 의미와 상징을 시대와 문화, 심리적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하랄드 브램이 설명하는 파랑의 가장 흥미로운 힘은 사람에게 자발적 필요성을 유발한다는 것과 신뢰할 수 있는 불변성을 상징하는 색이라는 것이다.


파란색의 끝없는 바다와 광활한 하늘을 보며 인간은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을 갖는다. 이 욕망이 정확히는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5세기 시작된 대항해시대와 현재 진행 중인 우주개발을 보면 파랑은 인간의 욕망과 모험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주황도 사람의 움직임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지만 주황이 동기 유발 수준이라면 파랑은 어떤 일을 할 필요성을 장기적으로 유발한다고 한다. 파랑이 갖고 있는 신뢰와 믿음의 이미지가 행동의 지속력을 유발하는 것일까?




재밌는 것은 하랄드 브램도 <색의 힘>에서 파랑은 지구를 상징하는 색이며 푸른 행성이 환경 파괴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을 말한다. 칼 세이건은 인간의 역할을 '생명의 의미를 관리하는 자'라고 이야기한다. 파랑이 정말 신뢰와 믿음의 색이라면, 어떤 일을 할 필요성을 장기적으로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면, 지구의 푸른 빛깔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지구의 지속가능을 가능케 하는 변화의 힘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아토모스 입구를 넘어선 방문객들에게 파란 빛깔이 신뢰와 믿음으로 작동하길. (사진 : 단골손님 해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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