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무렵 직장 동료들과 나누었던 대화 중 유독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다.
저는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요.
그 말을 무심히 툭 내뱉은 이후 나는 가끔 '멋있게 나이 든다는 건 뭐지?' '어떻게 나이 들면 멋있는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하는 자문자답이니 타인의 평가를 겁낼 필요도 없는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기가 참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멋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후 몇 년의 시간과 몇 개의 사건을 겪으며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멋있게 나이 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첫 번째는 정치적으로 건강하기.
두 번째는 철석같이 믿었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용기 갖기.
세 번째는 두려움과 불안에 지지 않기.
세 번째 답은 아토모스 운영을 준비하며 얻게 된 것으로 이렇게 나이가 들면 정말 멋있게 나이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까지 했다.
이전 글에서 기록했지만 매장 운영을 결심하고 공간 운영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돈을 더 많이 벌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갖고 있는 돈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 출산과 양육에 대한 고민, 모험을 해도 되는 나이일까라는 두려움, 시도가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불안은 신중함을 넘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수많은 번뇌와 우여곡절 끝에 세운 계획이 가시화되던 어느 날 마음이 환해졌다. 출근길 걷게 되는 오르막 길 덕분인지 '앞으로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일순간 반짝였다(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기분이 묘하게 상승할 때가 있다). 그것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느낄 수 있는 설렘이기도 했지만, 경제적 이유, 나이, 실패 등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걷어내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선택함으로써 얻은 나 자신에 대한 대견함과 자신감이기도 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매장을 유지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퇴사 전 나의 상태는 하루 종일 충전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도 2,30% 밖에 충전되지 않는 방전된 배터리 같았다. 자영업 2년 차가 된 나의 상태는 억지로 손으로 펴줘야 하는 찌그러진 오일펌프 같은 상태이니 쉬운 길은 없구나 싶다. 그리고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사회인이 된 지 10년이 훌쩍 지나, 자영업자가 되어 나는 '먹고사니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단국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는 말은 누구에게 적용되는 말인지, 그들이 말하는 '시대'와 '나의 시대'는 동시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수시로 떠올랐다.
다시 시작된 수많은 번뇌(언제가 이 번뇌들은 글로 풀어내고 싶다. 그래야만 내 마음이 정리가 될 것 같아서)와 두려움, 불안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가 되었지만, '두려움과 불안에 지지 않기'라는 답을 찾은 덕인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을 여전히 시도하고 있다.
그건 그거고, 할 일은 합시다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는 방법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을 하는 것. 이 역시 '두려움과 불안에 지지 않기'와 '포기하지 않는 삶'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멋있게 나이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 우리 부부의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면서 새로운 일을 준비 중인 지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매장 준비할 때 마음이 어땠어? 잘 될 것 같았어? 불안했어?"
"왜요? 많이 힘드세요?"
"순간순간 마음이 바뀌니 쉽지 않네"
수많은 번뇌와 두려움, 불안에 휩싸여 힘들어하면서도 앞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한 걸 보면 참 아리송한 나다.
실상은 시소 같은 마음에 균형을 찾으려 오늘도 나는 애쓰고 있지만, 지금까지 찾은 세 가지 답만이라도 견지하고 살 수 있다면 나는 멋있게 나이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