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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토끼 Aug 12. 2022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

서른 무렵 직장 동료들과 나누었던 대화 중 유독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다.  


저는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요.

그 말을 무심히 툭 내뱉은 이후 나는 가끔 '멋있게 나이 든다는 건 뭐지?' '어떻게 나이 들면 멋있는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하는 자문자답이니 타인의 평가를 겁낼 필요도 없는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기가 참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멋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후 몇 년의 시간과 몇 개의 사건을 겪으며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멋있게 나이 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첫 번째는 정치적으로 건강하기.

두 번째는 철석같이 믿었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용기 갖기.

세 번째는 두려움과 불안에 지지 않기.




세 번째 답은 아토모스 운영을 준비하며 얻게 된 것으로 이렇게 나이가 들면 정말 멋있게 나이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까지 했다.


이전 글에서 기록했지만 매장 운영을 결심하고 공간 운영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돈을 더 많이 벌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갖고 있는 돈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 출산과 양육에 대한 고민, 모험을 해도 되는 나이일까라는 두려움, 시도가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불안은 신중함을 넘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수많은 번뇌와 우여곡절 끝에 세운 계획이 가시화되던 어느 날 마음이 환해졌다. 출근길 걷게 되는 오르막 길 덕분인지 '앞으로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일순간 반짝였다(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기분이 묘하게 상승할 때가 있다). 그것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느낄 수 있는 설렘이기도 했지만, 경제적 이유, 나이, 실패 등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걷어내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선택함으로써 얻은 나 자신에 대한 대견함과 자신감이기도 했다.


남편과 합을 맞춰 넉넉치 않은 예산을 알뜰살뜰하게 사용해가며 매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나갈 때 스스로가 대견했고, 앞으로의 미래에 설렜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매장을 유지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퇴사  나의 상태는 하루 종일 충전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도 2,30% 밖에 충전되지 않는 방전된 배터리 같았다. 자영업 2 차가  나의 상태는 억지로 손으로 펴줘야 하는 찌그러진 오일펌프 같은 상태이니 쉬운 길은 없구나 싶다. 그리고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사회인이   10년이 훌쩍 지나, 자영업자가 되어 나는 '먹고사니즘'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단국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는 말은 누구에게 적용되는 말인지, 그들이 말하는 '시대'와 '나의 시대'는 동시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수시로 떠올랐다.


다시 시작된 수많은 번뇌(언제가 이 번뇌들은 글로 풀어내고 싶다. 그래야만 내 마음이 정리가 될 것 같아서)와 두려움, 불안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가 되었지만, '두려움과 불안에 지지 않기'라는 답을 찾은 덕인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을 여전히 시도하고 있다.


그건 그거고, 할 일은 합시다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는 방법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을 하는 것. 이 역시 '두려움과 불안에 지지 않기'와 '포기하지 않는 삶'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멘탈이 끊겨나가는 중에 아토모스만의 토닉워터 시럽을 만들어 '에스프레소 토닉'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내놓았고, '모두의 텀블러 습관'이라는 것도 준비했다.


멋있게 나이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 우리 부부의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면서 새로운 일을 준비 중인 지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매장 준비할 때 마음이 어땠어? 잘 될 것 같았어? 불안했어?"

"왜요? 많이 힘드세요?"

"순간순간 마음이 바뀌니 쉽지 않네"


수많은 번뇌와 두려움, 불안에 휩싸여 힘들어하면서도 앞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한 걸 보면 참 아리송한 나다.


실상은 시소 같은 마음에 균형을 찾으려 오늘도 나는 애쓰고 있지만, 지금까지 찾은 세 가지 답만이라도 견지하고 살 수 있다면 나는 멋있게 나이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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