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승강장 의자에 앉은 채 전동차를 몇 번 지나 보냈다. 결국 출근을 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눈물콧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온 날이 있었다.
또 다른 어느 날은 문 앞을 나설 때부터 그렁거리던 눈물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도 전 흘러버렸다. 나는 늘 일을 잘하고 싶었고 일이 나를 선택했으면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할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다.
햇살이 너무 좋잖아. 이런 거 좀 느끼고 살아.
언젠가 울분에 가득 찬 나를 위로해 주겠다며 청계천 산책을 제안한 J의 말에 '이 무슨 황당한 멘트?! 꿈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걸!' 하고 생각했다. 내가 불안과 분노에 휩싸여 위태롭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J는 명상을 권했다. 그렇게 나는 몇 해 전 명상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매주 진행되던 명상모임에 퇴근 후 참여하기도 했고 주말에 진행되었던 일일명상, 일주일 간 진행되었던 집중명상에도 참여했다.
하루 일과에 명상이 포함되어 있던 어느 날, 손가락 사이로 간들거리는 바람 덕에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이게 뭔가 싶으면서 '아... J가 했던 현실감 없던 말이 이건가?!' 싶었다. 그리고 그 후로 길을 걷다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그들의 행복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그놈의 행복이 별것이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녹록지 않은 매장 운영에 수시로 나가는 멘탈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명상 덕이 컸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착용해야 했던 마스크는 호흡을 느끼는 것에 용이해 매장에서 일하는 동안 수시로 마음챙김을 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 카페에서 명상을 하게 된 건가요?
1년 가까이 아트월처럼 사용하고 있던 나무 게시판에 '함께 명상' 포스터를 붙였다. 호기심이 발동한 방문객들이 질문을 하기도 했고, 명상에 관심있는 방문객은 반가워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받은 질문은 카페에서 어떤 맥락으로 명상을 하게 된 거냐는 것이었다. 아토모스를 오픈했던 초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카페와 제로웨이스트 샵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 하는 것이었는데 카페와 명상도 조금 낯선 모양새인 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오랜 시간 즐기는 것은 아토모스의 운영 원칙이다. 그래야 방문객에게 자세하고 진실되게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요령이 부족한 탓도 크다). 이런 맥락에서 명상 역시 내 삶에 의미 있는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명상을 한 이후 분명 예전과 달리 화가 덜 났고, 이전보다 전환이 빨라질 때도 있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지금 내가 여기있구나를 인식하게 되었으니 분명 나에게 명상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아토모스를 운영하기 전 오랫동안 몸 담아 했던 일이 있어 그런 것인지 사람들이 각자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올해 3월부터 아토모스에서 사회치유기업 퐁(pong)과 함께 명상을 시작했다. '카페에서 명상이라니' 하는 마음과 '참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냥' 하기로 했다. 참여자가 없으면 없는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나의 올해 과제는 할까 말까 망설이던 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해보는 것이다. 나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올해는 명상과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가벼움과 낙관성을 얻고 싶다.
누군가의 타이밍과 우리의 타이밍이 맞길, 우리의 시도가 누군가의 시작과 만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