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밤토끼 Feb 11. 2022

자동차보다 하고 싶은 일

바이러스 시대, 창업을 결심하다. 

"차 살 돈으로 카페 차리는 거라 생각하죠. 차 사는 것보다 카페 차리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겠어요?"


망설이고 있던 시기 툭 뱉은 말. 하지만 김경준(남편)과 나는 자동차 구입을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20년 우리는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결정을 했다. 카페를 차리기로.


나름의 계기가 생겨 카페를 오픈하기로 결정했지만 어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몇 년간 힘들게 모은 돈을 쏟아부으려니 겁이 났다.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경준과 나의 마음은 작고 가벼운 종지 그릇이 되어 교대로 달그락거렸다.


통계상 한국 자동차 보유율이 인구 2.13명당 1대(2020년 말 기준)라니 2인 가구(+ 고양이 2마리)인 우리 부부에게도 자동차 1대쯤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주변 지인들을 봐도 가족 수가 2인 이상이 되면 자동차 1대 정도는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에게는 자동차 구입의 필요가 딱히 생기지 않았다. 어렵게 카페 오픈을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하는 것은 꽤나 괴로웠다. 하지만 자동차 구입 대신 '하고 싶은 일에 돈을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자 신기하게도 마음의 부담이 덜어졌다.


우리 부부는 서울 성북동에서 스페셜티 카페 겸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 '아토모스(ATOMOS)'를 운영 중이다.


김경준은 13년 동안 커피업에 종사하고 있고, 나는 9년째 바리스타로 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 나로서는 마냥 즐겁지 않을 것 같은 근무 환경인데도 김경준은 카페 일을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로 좋아했다. 서비스업은 내가 상상도 못 할 감정노동을 유발하는 직업이니 그것을 감내하는 것이 대단하다 싶었다. 그리고 김경준을 통해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새로운 원두 가공법과 추출법, 장비의 고도화 등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부지런히 훈련해야 하는 전문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나는 막연하게 우리 카페를 꿈꿨다.


꿈을 꾸는 시간이 길어진 이유는 늘 돈이 없다는 것이었지만 이제야 반추해보면 '결정적 계기'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다. 물론 카페를 차릴 수 있는 자금이 있었다면 상상의 시간은 단축되었겠지만 바람 하나로  부족한 돈을 마련해 일을 벌일 처지는 아니었다. 지금의 아토모스를 본다면 '결정적 계기'가 매장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핵심이 되었으니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한 지난 시간들도 유의미하다. 


우리의 결정적 계기는 현실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기대였다. 현실에 대한 고민은 김경준이 바리스타로서 지속 가능하게 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는 비영리단체에서 공공정책을 다루는 일만 해 온 나에게는 전환이 필요했다. 더욱이 영리 영역에서는 소셜임팩트(Social Impact)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비영리 영역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영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였다. 제로 웨이스트 혹은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카페라면 각자의 경험이 긍정적 시너지와 새로운 삶의 길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나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대다수가 몸 사리고 있던 시기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아니면 두 번 다시 창업을 결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오랜 기간 머리로 생각했으니 이제는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2020년 5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던 시기에 우리 부부는 창업을 결심했다. 그때의 결정을 용기라고 해야 할까? 무모한 모험이라고 해야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_다양성은 일상 곳곳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