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님과 ‘편성준’님이 내 브런치의 구독자가 되었다
어젯밤 새로운 업무로 인해 심신이 피로하여 일찍 잠이 들었다. 같은 조직 안에서 산 세월이 얼만데 새로운 파트로 가면 그 사람들은 다 새로운 사람이 된다. 멀리서 혹은 지나가면서 보던 동료들을 망원렌즈로 당겨 보는 기분이다. 하여튼, 당겨 보는 일 들은 때로 피로감이 든다. 피로에는 잠이 최고다. 12시쯤 깨보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으로 2시간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꿈인지 생시인지 간밤에 올린 글에 라이킷이 쌓여 있고 내 핸드폰의 알림판이 계속 울려대는 것이다. 아주 기분이 좋아진 나는 ‘오늘쯤 사표를 써 볼까? “이런 생각까지 하며 흐뭇해했다. 그런데 꿈이었다. 꿈이 너무 생생해 나는 마치 꿈의 연장처럼 핸드폰을 열고 있었다. 그다음부터가 현실이 됐다. 꿈처럼 라이킷이 쌓여 있지도 않았고 환호의 댓글도 없었다. 실망의 마음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이 읽었을까 손가락으로 올리니 내 짧은 손가락으로도 모자랐다.
그런데, 새벽에 꾼 꿈은 길몽이었다. ’ 모과‘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모과......, 그렇다. 나에게 선운사 백련암 옆에 모과나무를 기억하게 하는 고향이 고창인 먼 X언니 ’ 모과‘. 분명 그녀이다. 늘 설렘과 동경을 갖게 하는 춘희 언니. 먼 곳 서울에서 내 브런치를 용케도 찾아오셨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족했다. 언니는 짧은 문장에서도 깊이가 남다른 감정을 깃들게 한다. 언니의 글을 읽으면 나는 늘 허공을 바라보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풀어서 다시 음미하곤 했다. 그 음절 속으로 바람도 봄도 꽃도 고양이도 나른하게 쉬어간다.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떤 날은 바람에 나부끼는 치맛자락을 찍어 보내기도 한다. 나의 언어는 얼마나 통속적인가? 이런 반성을 하게 한다.
조금 더 내려보니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의 저자 ’ 편성준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알림이 있다. 편성준 님의 글을 나는 빼놓지 않고 읽는다. 짧으면 짧아서 길면 길어서 좋은 글이 많다. 그가 쓴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는 제목부터가 맘이 든다. 그는 책에서 이런 말들을 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유흥할 시간이 없고 회사를 그만두면 곧바로 유흥비가 떨어졌다. 나이가 들어 유흥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자 진짜 ‘노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놀면서도 잘 사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다행히 이제는 일 잘하는 사람보다 잘 노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저 p129
"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에서 ”유난히 재미없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실패담이 없다는 것이다 “라고 했던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실패를 자랑할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창피해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 내년에도 새로운 실수담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자. 그중 몇 개가 언젠가는 성공담으로 변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 p158
이렇게 재밌게 사는 삶을 추구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이분은 브런치 글에서 이런 말도 했다. 본인은 정말 좋은 글이 아니면 라이킷을 누르지 않는다고……. 나의 글에 두 개 라이킷이 있다. 하나는 몽골에서 마신 보드카 이야기 ‘보드카의 멋’과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 독서 후평이다. 거기다 내 글의 구독자가 되었다.
퇴근하는 길, 조회수가 10000만이 넘었다는 알림 문자가 왔다. 어딘가에서 브런치의 배려가 있었나 보다. 라이킷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나는 누구보다 ‘모과’님과 ‘편성준’님의 구독자가 되었다. 이렇게 기쁜 날은 또 오글오글한 브런치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