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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Jan 08. 2024

사랑의 모습을 노래하다.

프랑스 샹송(피아노 편곡), <La Javanaise>

    바다 근처에서 지낼 때, 나는 퇴근 후에 근처 조용한 바닷가에 들려 걷곤 했다. 퇴근 후 음악을 들으며 말간 노을이 점점 짙은 남색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보며 세상 행복해했다. 그 바닷가의 산책길에서 나는 프랑스 샹송 <La Javanaise>를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피아노 버전으로 처음 들었다. 음악을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프랑스 음악은 정확히 솜사탕이다. 솜사탕은 빨간색, 검은색보다는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과 같은 부드럽고 연한 파스텔 색으로 만든다. 또 무엇보다 달달한 구름 같은 솜이 입에 들어오자마자 사악 녹아버리는 것이 바로 솜사탕이 아닌가. 프랑스 음악은 나에게 달콤하지만 순식간에 사라지는 애달픈 솜사탕이다.

     프랑스 가수 세르쥬 갱스부르는 이 노래를 불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La javanaise. 검색 엔진에는 '자바 춤'으로만 나와있는데, 아마도 쿠바에서 발생해 스페인으로 넘어간 Havanaise(하바네즈), 하바네라 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추측한다. 아니면 정말 문자 그대로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의 춤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곡은 여러 버전으로 불리다가 괴생명체를 사랑한 말을 못 하는 여자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영화 <The Shape of water>의 삽입곡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가사에서 내가 고른 핵심적인 내용은 이렇다.


À votre avis qu’avons nous vu de l’amour? 우리가 바라본 사랑의 모습은 어땠나요?  
Nous nous aimions 우리, 서로를 사랑하기로 해요  
Le temps d’une chanson. 이 노래가 흐르는 동안  


영화 <The Shape of water> 삽입곡 버전 <La Javanaise>  (음악 듣기)

피아노 편곡 버전 <La Javanaise> (뮤직비디오 보기)


    이 노래의 여러 연주 편성 중 영화 <The Shape of water>의 삽입곡 버전과 피아노로 편곡된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몽실몽실한 느낌을 잘 살리기도 했고 특히 피아노 버전은 따뜻하고 또랑또랑한 느낌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는 순간, 여러 단계의 부품들이 움직여 피아노의 현(줄)을 부드러운 양모로 싸인 망치로 치게 되는데, 연주자가 살살 여유 있게 치면 망치가 현을 치는 타이밍이 여유 있어 다앙~이렇게 소리 나고, 정확한 시점에 강하게 건반을 가격하면 망치도 현을 힘을 정확하고 강력하게 발휘하여 땅! 하는 소리가 나게 된다. 이 곡의 피아노 버전을 들어보면 연주자가 수많은 음을 빠르게 훑어 연주하는 부분이 많은데, 단 하나의 음도 놓치지 않고 각각의 강약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마치 수면 위에 소금쟁이가 가볍게 호로로록 튀어 다니는 것 마냥 소리를 공기 속에 흩뿌린다.

   

지금 우리가 쓰는 서양음악용어가 대부분 이탈리아어인 이유는 음악 형식과 규칙이 생성되어 갖춰지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유럽 음악계의 강대국이 이탈리아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피아노'는 줄임말로, 원래 이름은 피아노포르테(PianoForte)이다. 피아노는 부드럽게, 혹은 섬세하게, 여리게 연주하라는 의미이며, 포르테의 뜻은 세게, 강하게 연주하라는 의미이다. 피아노가 발명되기 전에는 쳄발로 혹은 하프시코드라는 건반악기가 사용되었는데, 이 악기의 단점은 현을 뜯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강약조절이 안되고 페달이 없어 소리가 울리지 않고 '뚯, 뚜두둣.' 하고 끊긴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하프시코드의 단점을 보완하여 피아노를 발명한 사람은 바로 크리스토포리(1655-1731). 당시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의 명문가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아 초기 피아노를 발명하였고, 지금 우리가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프시코드 소리 듣기) *음을 울리는 기능이 없어 음을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건반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사 없이 피아노로 연주해도, 노래를 불러도, 이 곡을 듣다 보면 가사가 있어도 없어도 사랑의 형태가 마음속에 보송한 온기로 다가온다. 늦은 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오후 낮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샛노란 옥수수솜이불이 사그락거리며 나를 반겨줄 때의 행복감이랄까. 확실히 이 곡은 밤이나 아침보다는 햇빛이 대각선으로 비춰오는 낮에 듣는 것이 가장 좋다.  


    

피아노 음이 많은데도 선율이 매끄럽고 부드럽다. 너무 궁금해 외국 사이트를 뒤져 악보를 보고 한번 쳐봤는데 너무 어려워서 그만뒀던 기억이 난다. 역시 전문 연주자는 다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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