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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Jul 23. 2024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을 테다!

방학 계획 세우기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면 계획부터 세우는 편이다. 업무든 담임이든, 집안일이든 여행이든. 계획을 세운 뒤 시작한다. 나는 방학이 다가오면 여러 가지 계획을 열심히 세운다. 지킬 수 있든 없든 일단 계획을 세운 뒤에 현실적인 눈으로 재정리한다. 그런데 이번 방학은 업무가 방학 바로 전에 끝이 나서 별 다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일단 방학이어서 기분이 좋다. 늦었지만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학기 중에 하려고 했지만 유야무야 된 것과 방학때 하려고 벼려뒀던 일들을 하려고 한다. 우선 책 읽기. 그리고 글쓰기. 헬스장 끊어서 운동하기, 아침에 달리기, 워터파크나 바다 가서 수영하기, 여행 가기, 요리해 먹기, 재즈공연 보러 가기. 이런 막연한 일을 떠올려본다.

이런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순수하게 내 즐거움을 위한 활동

둘째, 즐거우면서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내 일상의 주된 활동이다.)

셋째, 딱히 즐겁진 않거나 하기 싫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 


먼저 여행 가기, 물놀이하기, 요리해 먹기, 재즈공연 보러 가기는 순수하게 내 즐거움을 위한 활동이다. 모두 기쁨과 즐거움 그 자체 아닌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들뜬다. 한 학기를 맹렬하게 달려서 지쳐버린 나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정신을 정화해야 다음 학기를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책 읽기, 글쓰기는 즐겁고 동시에 내게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지적 안목을 넓혀주며, 삶의 지혜를 얻고, 내 감정과 생각을 알고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 준다. 무엇보다 지적 욕구를 채워서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겨 나 자신에 대해 만족스러운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헬스장 끊어서 운동 가기, 아침에 달리기. 힘들다. 하기 싫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한 일이기에 날씨가 더워질 즈음부터 꼭 해야 할 일로 콕 집어두었다.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서른이 넘어서부터 운동을 푹 쉰 적은 없다. 이제는 생존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은 운동이다. 하지만 할 때마다 새롭게 결심을 해야 꾸역꾸역 해간다. 


이 세 가지 분류의 활동의 균형을 적절히 해서 계획을 세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다. 학교에 출근할 때와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면 학기와 방학 사이의 후유증이 없을뿐더러 건강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이거 정말 교사가 할 것 같은 말이다.

여섯 시 반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는다. 11시 반에 점심 준비를 해서 12시에 점심을 먹고 1시 반까지 휴식, 또 4시 반까지 활동을 했다가 저녁시간에는 마치 퇴근을 한 듯 쭉 휴식을 즐긴다. 학교 일과가 칼 같다 보니 내 몸도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재깍재깍 알아챈다. 

일과는 이렇게 식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더운 여름이니 식사는 최대한 간단하게 하려고 결심을 해보지만 워낙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계획 성공에 대한 부담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어디 세상 일이 계획대로만 흘러가던가. 조금 못 지켜도 괜찮다. 노력은 열심히 해야겠지.  

소중한 방학,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을 테다!


방학을 맞이하는 내 마음가짐이다. 격한 청소년들의 소음 속에서 지내다가 맞이한 고요한 공기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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