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찰나(1)

지난해의 이파리가 새순을 올린다.

by 인평동 도치

봄이 왔다. 문을 열고 나가면 예상한 것보다 따뜻한 바람에 설레고, 보도블록에 어쩌다 떨어진 몇 안 되는 꽃잎을 보고도 꽃이 어디 폈나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점심을 먹고 잠을 이기려고 몸을 움직이다가 반가운 장면을 발견했다. 화려한 꽃에 가려 초록나무의 싱글싱글 올라오는 연둣빛 새살을 지나쳤었다.

별 생각없이 바라보던 나무는 다 자란 잎과 새로운 새순을 모두 가지에 한껏 달고 있었다. 새순은 햇빛을 향해 위로 솟았고, 다 자란 어른 잎들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봄이 지나면 겨울의 흔적은 지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계가 12시 정각이 넘으면 바로 내일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무를 칼로 싹둑 자르는 것처럼 모든 것이 한순간에 지워지기는 어렵다. 봄은 봄대로 서서히 다가오고, 겨울은 겨울대로 천천히 물러간다. 나무는 잎이 나오는 모든 가지마다 연두색 새순과 진한 녹색의 어른 이파리를 동시에 달고 있었다. 마치 2025년이 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자꾸만 2024년이라고 쓰는 사람처럼 나무는 지난해를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지난 기억에 의존해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이 나무도 작년 잎의 힘으로 새순을 올리나보다.

사진을 다시 보다가 든 생각.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동물의 새끼는 꼭 솜털이 있더라. 삐죽삐죽하고 서툴게 튀어나온 솜털은 인간의 마음을 사르르 녹인다. 새순도 자세히 보니 잎의 갈래가 어른 잎보다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이파리 끝도 삐죽삐죽 울퉁불퉁하다. 역시 모든 사물의 아기는 귀엽다. 멀리서 보면 좀 징그럽지만 가까이서보니 역시 아기다.

이 많은 새순이 어른 잎이 되면 지금의 어른 잎은 어떻게 될까? 동백처럼 통째로 바닥으로 떨어질까. 아니면 시무룩하게 시들어서 떨어질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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