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배웅

가을이 반가운 사람의 소소한 생각

by 인평동 도치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지난 3개월간 겪었던 더위와 가장 가까운 감정을 떠올려보면 짜증, 분노, 불만 등이 떠오른다. 온몸에 흐르는 땀, 턱턱 막히는 숨, 자다가 더워 깨면 젖어있는 잠옷의 불쾌함은 최고조에 달한다. 한편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고 바라보는 더위는 또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상쾌함, 더위를 피했다는 안도감, 쨍쨍한 날씨의 강렬함. 포장을 잘해보려 했는데 쉽지 않다. 여름은 가을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 겨울, 봄까지 편안히 지낼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 날씨에 접어든다. 최고 기온에 숫자 2가 보여서 반가웠다. 여름 내내 30도 중후반대를 웃돌았으니 이것이야 말로 동남아 날씨가 아니겠는가. 거기다 강력한 소나기 '스콜'까지 생겨버려 하루는 거실 큰 창을 열어두고 갔더니 비가 냉큼 거실로 들어와 축축한 흔적을 남기고 갔더랬다. 이렇게 덥고 덥다고 징징거려도 겨울이 되면 까맣게 잊어버릴 것이다. 힘들었던 기억은 축소시켜버리는 인간의 기술이 놀라울 뿐이다.


흐린 뒤 맑은 날씨가 더 청명한 것처럼 우리도 고난과 역경을 지나면 더 밝고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그러다 또 여름이 오듯 힘들고 어려운 일이 찾아온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과 함께 리듬을 탄다. 무청 시래기는 산자락에서 한 겨울에 눈을 맞고 풍파를 이겨내어 깊은 맛을 낸다. 한낱 시래기도 이러한데, 사람의 인생은 더욱 깊고 다채로울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커다란 산맥과 같다. 산을 하나 겨우 넘으면 또 산이 있다. 그 산들이 모여 '나'라는 산맥을 만든다. 산을 오르는 사람 중에는 드론을 띄워 산맥을 크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땅만 보고 산을 올라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방법과 길을 선택해서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제 더위가 지나갔으니, 가을의 삶을 살아갈 기대를 한다. 여름이 찌르르하게 강렬한 햇빛을 내게 보냈다면 가을은 여름에 열이 올랐던 마음을 훌훌 씻어버리는 바람과 구름을 보낼 것이다. 그러다 다시 겨울이 오면 가을로 들떴던 내 마음을 찹찹하게 가라앉히며 따스운 온수매트로 나를 밀어 넣겠지.

유희열의 뜨거운 안녕을 개사해서 불러본다.

- 뜨거웠던 여름이여 이젠 안녕.


오늘은 여름에서 가을로 나가는 출구의 문턱과 같은 날씨다. 내일이면 최저온도가 20도 안팎으로 떨어진다. (야호!)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