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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 산에 뜬 달 Apr 03. 2023

미나리 김밥

미나리, 파프리카, 불고기, 성공적

봄이 좋고 꽃이 좋아
어제는 작은애랑 둘이

미나리가 듬뿍 들어간 미나리불고기김밥을 싸서 봄소풍을 다녀왔다.

미나리의 그 알싸한 향과 맛이 싱그러워 눈과 입이 즐겁다.


파프리카와 미나리, 불고기를 넣어 말은 김밥은

삼색이 대비가 좋고 색깔이 고와 사진도 근사하니
들인 수고에 비해 결과가 흐믓하다.


어릴적 엄마 따라 간 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지날때 미나리가 보이면

엄마는 마치 혼자 아는 비밀처럼

내 귀를 끌어당겨 은밀하게 이야기를 했다.


얘 미나리가 얼마나 더러운 물에서 자라는 줄 아니.

그래서 미나리가 싼 거야 저건 누가 기르는게 아니야.

지천으로 저절로 나는것을 저렇게 뜯어다 내어 파는거지.

난 누가 거저 먹으라고 해도 미나리는 안 먹는다.

너도 나중에 미나리는 사먹지 마라.

엄마의 표정은 단호했고

덩달아 나도 그 무해한 미나리에게

엄격한 시선을 보낸 기억이 난다.


그 각인으로 나는 내 손으로 살림을 한지도 오래됐는데

유독 미나리는 사서 조리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런 미나리가 시절이 바뀌니 각광받는다.

더러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 유해물질이 축적된 

기피 채소에서 요즘은 인기많은 귀한 신분이 되었다.
미나리식이섬유가 풍부해 중금속을 흡착해 체외로 잘 배출하는 효능 있다.
덕분에 미세먼지 많은 이 계절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제 발 밑에 더러운 물이 흐를때는
그 더러운것들을 제 안으로 빨아들여 물을 정화했고
이제 비교적 깨끗한 물이 흐르는 시절이 되니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 사람몸을 정화한다.

세상이 홀대하든 환호하든
태연하게 꼿꼿이 줄기를 뻗어올리고

연한 이파리 내어

성실하게 자라왔던 미나리는

얼떨떨하겠다.


엄마는 어떨까.
엄마여전히 미나리를 안 즐겨하실까 .

미나리 핑계로 전화 한번 드려야겠다.



미나리불고기김밥이 을매나 맛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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