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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 산에 뜬 달 Mar 20. 2023

목련

커다랗고 아름다워서 서글픈 꽃


목련은 좀 이상한 꽃이다.


곱고 고와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지만
그 아름다움을 보조하고 찬양해줄 꽃받침이나 이파리 하나 없이
지나치게 커다란 꽃송이를 
서둘러 앙상하고 메마른 가지에 피워낸다.

그 꽃이 다 떨어지고도 
마치 언제 꽃이 피었었냐는듯이 한참을 민둥 가지 상태로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나무는 무슨 나무지?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화들짝 놀라
이파리가 나오는 식이다.

누군가 목련이 맨처음 땅에 생겨났을때
꽃나무로 살기 위한 조건이나 순서를 목련에게 잘 못 알려준게 분명하다. 

목련은 향기가 좋다는데
그렇게 높이 달려있어 어떻게 향기를 맡을 수 있겠어.
목련은 꽃잎을 웅숭그리고 제 안에만 향을 품는다.

꽃들이 질때가 되었다.
여느 꽃들은 제 수명이 다하면
봄바람에 몸을 맡겨 어디론가로 날아가고
또 어디에선가 날아와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맴돈다.

목련은 

옆에 있다면 그 소리를 들을수 있다.
툭!
커다랗게 땅에 떨어진다.

다른 꽃들은 지지만
목련은 죽는다.
이걸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래서 만개한 목련을 보면
나는 좀 미리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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