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어도 그리운 것들
아가 장이 잘 되었다.
나 없어도 오래오래 갖다 먹으라고 많이 담갔다.
너는 내 장 밖에 안 먹잖니.
내일모레면 구십 세의 시어머니는 그 연세에도
된장, 간장, 고추장을 손수 담그신다.
그 체력과 지력이 그저 고맙다.
호두나무 옆 볕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장독들을
뜨거운 물에 적신 깨끗한 행주로 훔치고 또 훔친다.
어머니의 장은 햇살과 바람,
늙어서도 자식들의 입과 배를 채우는
노인의 자부심이 더해져 가만가만 익어간다.
장맛은 주인을 닮는다고 슴슴하고 개운해 속이 편하다.
내년에도 이 장을 담글 수 있을까 싶어
한 번 할 때 넉넉하게 한다는
그녀의 장독대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목에 뭔가 걸린 것도 같이 칼칼해진다.
어머니와 장독대가 함께 있는 풍경은
보고 있는데도
그립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