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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 산에 뜬 달 Mar 20. 2023

된장

보고 있어도 그리운 것들


아가 장이 잘 되었다.

나 없어도 오래오래 갖다 먹으라고 많이 담갔다.

너는 내 장 밖에 안 먹잖니.


내일모레면 구십 세의 시어머니는 그 연세에도

된장, 간장, 고추장을 손수 담그신다.

그 체력과 지력이 그저 고맙다.


호두나무 옆 볕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장독들을

뜨거운 물에 적신 깨끗한 행주로 훔치고 또 훔친다.


어머니의 장은 햇살과 바람,

늙어서도 자식들의 입과 배를 채우는

노인의 자부심이 더해져 가만가만 익어간다.

장맛은 주인을 닮는다고 슴슴하고 개운해 속이 편하다.


내년에도 이 장을 담글 수 있을까 싶어

한 번 할 때 넉넉하게 한다는

그녀의 장독대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목에 뭔가 걸린 것도 같이 칼칼해진다.


어머니와 장독대가 함께 있는 풍경은

보고 있는데도

그립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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