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Soul Food)라는 말은 다들 들어보고 꼽아보기도 했을 것이다. 유년시기 추억을 소환하는 음식이나 힘들때면 생각나는, 먹고 나면 영혼까지 위로받는 음식쯤으로 통용되는 것 같다.
언젠가 누가 나의 소울푸드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칼국수와 된장찌개라고 대답했다. 어릴 때 엄마는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밀어 국수를 만들고 멸치육수에 김치를 넣어 칼국수를 끓여주셨다. 반죽을 치대고 밀고 칼로 썰고 하는 그 풍경이 분주하고 신이 나서 내내 엄마 옆에서 구경을 했다. 멸치 육수에 잘 삭은 김치를 넣고도 맛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작은 배가 볼록해지도록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먹었다. 지금도 칼국수는 바깥에 있다가 허기가 질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다.
나는 지방 어디를 가든지 그 지역 유명 칼국수집 도장깨기를 한다. 칼국수집 사장님들은 내가 프로 칼국수어라는 사실을 알리 없다. 나는 도포 깊숙히 현철로 만든 잘 벼린 칼을 숨긴 무사처럼 비장한 얼굴을 하고 칼국수를 주문한다. 나의 채점 방식은 은밀하고 기준은 편파적이다. 밀가루 냄새가 나는지, 면발이 쫄깃한지, 내가 좋아하는 멸치와 다시마 육수인지, 겉절이를 직접 만들었는지, 겉절이는 너무 살아있으면 안되고 적당히 절여지고 숙성이 되어 있는지, 곁들이는 다진 양념이 질척대지 않는지, 절임 고추가 지나치게 시지 않고 매콤한지 등이다.
이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 나의 화이트리스트 1순위를 몇 년 동안 지키고 있는 칼국수가 있는데 무려 우리 동네에 있다. 내가 원하고 기대하지 않는 여러 미덕도 있는 집이다. 사장님과 직원들이 칼국수를 대하는 자세나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봐서(먹으면서 봐서) 아는데 존경할 만하다. 상호는 안알랴줌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점심시간은 손님이 많은데 더 많아지면 내가 너무 오래 기다릴수도 있고, 장사가 너무 잘되서 사장님이 다른 동네로 가게를 넓혀 이사를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