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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최 May 23. 2017

[여자나이, 서른다섯_02]

내 나이가 어때서 관리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자, 악마의 허들을 넘어봅시다


    여성이 만 35세 이상에 겪을 수 있다고 알려진 위험을 한 번은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디 한번 작정하고 가시밭길로 들어서는 악마의 허들을 넘어봅시다.


임신과 출산

    가장 영향이 큰 카테고리입니다. 난소의 기능 저하 영향 때문인데요. 


    여자는 태어날 때 이미 몸에 난자가 세팅 완료되어있습니다. 언제든 정모세포의 감수분열을 통해 정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남자와 생물학적 구조 자체가 다르죠. 이미 갖고 있는 40만 개의 난모세포가 계속해서 소비될 뿐 더이상 생산되진 않는다는 겁니다. 일생 동안 4백50~5백 개의 난자를 배란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성 난자를 배란시키기 위해 40~50개의 난포가 같이 성숙되었다 퇴화합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난자가 하나둘 불려 나가고 나면 가임기의 후반부 쯤에는 아무래도 좋은 난자가 확률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겠지요. 염색체들이 너무 오래 몸속에서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세포분열 때 잘 분리되지 않아 다운증후군과 같은 기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난자의 품질은 35세를 기준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은 외부에서 호르몬 주사 투입으로 기능을 되돌릴 수 있지만 난소는 그것도 힘들다는 게 정설입니다. 


- 난임 진단에서 임신이 안된 기간에 대한 기준이 여성이 만 35세 이상일 경우에 6개월(만 35세 미만은 1년)

- 35세 이후 여성의 자궁 착상률은 30세 이전의 절반 이하이고, 유산율은 4배

- 유산이나 조산은 약 2배, 다운증후군 등 기형아 출산의 비율은 9배

- 30세 이전에는 염색체 이상 난자가 배란되거나 채취될 확률이 2~3%지만, 35세부터는 30%, 45세가 되면 거의 9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음


자궁 질환

    자궁 근종, 자궁 내막증, 자궁 선근증 등 자궁질환도 30대에 가장 흔하게 관찰됩니다. 다만 임신 관련 지표와는 달리 자궁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폐경을 전후로 유병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가장 흔한 자궁 근종은 여성 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호르몬에 오래 노출될수록 발견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매달 월경을 겪는 것이 호르몬에 노출되고 있다는 증거예요. 하지만 35세 이후에는 여성 호르몬이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유병률이 오히려 줄어드는 거죠. 그래서 자궁 근종을 갖고 있는 분들도 폐경이 머지않은 경우에는 보존적인 치료가 우세합니다. 호르몬이 점차 줄어들면서 어차피 호전되리라 기대하는 겁니다. 그 외에도 임신과 수유 기간이 있어서 가임기 내에 월경을 덜 경험한 이들도 같은 이유로 근종의 확률이 줄어듭니다.     

-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자궁근종 발견(30대가 전체의 86%, 40대 이상에서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

- 자궁내막증은 30대에 가장 많고 35세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유방 질환

    유방의 섬유선종은 양성종양 중 가장 흔한 경우인데 오히려 젊은 여성, 특히 20대 초반에서 30세의 젊은 여성에게 흔히 발생합니다. 주변에도 '여고생 혹은 여대생 때 가슴에 뭔가 만져져서 병원에서 맘모톰 시술을 받았다'는 경우가 꽤 있어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반응에 의하여 생기는 조직 이상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모릅니다. 


    유방암은 40대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생 평균 연령이 한국 여성은 45세, 미국 여성이 55세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발생빈도는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한다고 합니다. 


유방암의 국가 암 검진 권고안에서는 30세부터 매월 자가검진, 35세부터 2년 주기로 의사에 의한 임상진찰, 40세부터 1~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권장함 (일부 전문의들은 만 35세 이상 여성의 경우 년 1회 정기검진 및 매달 자가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

35세 이상인 고령 산모의 경우 35세 미만인 산모보다 3년 내 유방암 발생 위험이 2배 상승


기타 - 여자의 경우 만 35세부터 실시하는 건강검진 항목

- 유방암 검진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 진찰(X선 검사 포함)

- 자궁근종 검사    1년 간격으로 임상 진찰(초음파)

- 갑상선 진찰    30대에 급증하는 질환이므로 기능 저하 및 결절, 암 등에 대해 주기적인 검진 필요



세월은 보내도 나이는 먹지 않는 법


    시간은 붙잡을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혹은 읽고 계신)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일 텐데요. 무정하게 흘러가는 세월은 내버려둡시다. 대신 시간이 흘러도 덜 늙는 법을 익히면 됩니다. 진시황의 불로초는 없지만(참 그건 진시황한테도 없었죠) 우리는 발달한 문명 덕에 인체의 비밀을 이미 많이 알고 있습니다. 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호르몬, 그리고 자율신경입니다.


    영화 <인턴> 보셨나요? 수면을 연구하는 앤 해서웨이의 엄마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말합니다. 하루 여섯 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요. 그건 다이어트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코르티솔' 때문입니다. 지방 연소를 돕는 이 호르몬은 양질의 수면을 취할 때 원활하게 분비되거든요. 

충격받은 앤 해서웨이! 하지만 그러다 과로사합니다...


    수면 중에는 노화에 직접 관여하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애들은 자는 동안 큰다'는 말도 있지요. 그러나 다 큰 어른은 푹 잔다고 해서 다시 성장기처럼 성장호르몬이 나오진 않아요. 하버드 의대의 연구를 모았다는 책 <호르몬 밸런스>(네고로 히데유키, 스토리 3.0, 2014)에서는 꾸준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위해 '적당 삼총사'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공복감    식사와 식사 사이에 다섯 시간 정도 간격을 유지해서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반드시 있도록 합니다. 자연히 간식은 삼가게 될 거고 식사는 규칙적으로 이루어져야겠지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까지 속을 비웁니다. 너무 긴 공복은 스트레스가 되니 참고하세요.

적당한 스트레스    불안, 분노, 위험 같은 부정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피로감을 느끼면 몸은 그것을 회복시키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생활이 단조롭지 않고 강약이 있을 때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몸은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퇴직 후에 집에만 계시게 되면서 급격히 늙어버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해보세요. 

적당한 운동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적당히 섞어서 하면 근육세포가 약간 손상되는데 이때에도 마찬가지 원리로 성장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또 낮 12시 전후로 뇌가 리듬이라고 인식하는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원활해지고 이것이 멜라토닌을 자극해 양질의 수면을 돕는다고 해요. 점심 식간을 이용해 힘차게 걷거나 하다못해 자리에서 크게 복식호흡이라도 해보세요. 


내 난소 나이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앞에서 일반적인 노화방지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 여성의 생식기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난소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검사가 있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AMH(Anti-mullerian hormone)라는 호르몬 수치를 체크하는 것인데요.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배란이 될 난자가 많다는 것을 뜻하고 수치가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하죠. 물론 난소의 실제 노화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타 호르몬과 난포의 개수 등 다른 지표들도 참고하지만, AMH 수치가 가장 핵심이기 때문에 난소예비능(ovarian reserv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 연령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수치에 대해서는 나중에 난임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 다시 설명할 일이 있을 거예요. 다만 AMH 수치는 난소의 질보다 개수와 더 큰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수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양질의 난자는 남아있을 수 있고, 단 한개의 난자만 있어도 임신은 가능하답니다. 고연령의 여성에게도 시험관 시술이 가능한 이유지요. 


    난소의 노화를 막고 남아있는 난자의 질을 관리하는 방법은 위에 설명한 노화방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거기에 추가되는 내용이 있다면 다음의 내용 정도일 것 같아요. 


- 하반신을 따뜻하게 해주세요. 하체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난소도 젊음을 유지할 길이 없어집니다.

- 걷는 것만큼 난소 기능에 도움이 되는 운동도 없습니다. 하루 40분에서 1시간씩 꾸준히 해주세요.

- 매일 식단을 챙길 자신이 없다면 대신 영양제를 챙기세요. 5대 영양소와 비타민, 무기질이 두루 포함된 종합영양제를 연령에 맞게 드시면 됩니다. 특히 코엔자임큐텐이 35세 이상 여성의 난소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밝힌 논문 결과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노화되는 난자, 미토콘드리아 기능은 개선될 수 있는가? - Fetility and Sterility, 2013.01




    이 글은 35세가 노산이 아니라고 우기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서른다섯의 여자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노산'뿐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이가 몇 살인지는 내가 살아온 시간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다음 글에서는 '냉증(冷證)과 열증 사이'로 찾아오겠습니다. 손발이 차가운 당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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