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새가 얼마간 함께 살아가는 일
아버지는 농부였다. 그는 죽기까지 평생 땅을 일구고 흙을 만졌던 사람이었다. 해 뜰 무렵에 밭으로 논으로 나가 곡식들을 돌보다 집에 돌아오면 바짓가랑이가 아침이슬에 젖어있는 사람이었고, 처마 밑 제비 새끼들을 어미 제비와 함께 돌보는 사람이었다. 제비들이 현관문 바깥에 똥을 싸놓아도 싫은 내색 없이 치우는 사람이었고, 무더위에 잘 견딜 수 있게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제비집 밑에 놓아두고, 제비 새끼들이 떨어져 죽을까 봐 제비집 밑에 널빤지를 매달아 주는 사람이었다.
어떤 고귀함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탄생하는 아름다움이다. 아버지가 죽기 전까지 그 해 한 일은 우리 집에 찾아온 제비 새끼들의 생명을 끝까지 돌봐준 일이었다. 책임 없이,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는 아버지를 추억하면서 가끔 말씀하셨다. 자식들한테도 그렇고, 제비 새끼들한테도 공자였지. 마을에 돌아다녀 봐도 제비들이 딴 집에는 집을 짓지 않는데 우리 집에만 와서 제비집을 짓고 살더라고. 제비들한테 지극정성이었지.
아버지는 생명 있는 것들을 귀히 여기고 돌보는 일을 좋아했다. 어미 제비가 새끼들을 다 키우면 데리고 떠나 빈 둥지만 남았지만, 다음 해 봄이면 아버지의 돌봄을 잊지 않은 듯이 제비가 다시 찾아와 새끼들을 낳았다. 어미 제비가 먹이를 물어오면 받아먹겠다고 둥지 밖으로 작고 노란 입을 벌리고 울어대는 풍경을 나는 어릴 때부터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도 가끔 뒷짐을 지고 흐뭇하게 제비집을 올려다보았다.
제비들은 상류층이 사는 집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 그들은 어느 시골 마을의 허름한 민가의 처마 밑에 집을 짓는다. 그곳이 안전하고 겨울나기에 적당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어떤 본능적 감각에 의해 둥지를 틀어놓는 것일 테다.
제비들의 건축 기술은 놀랍다. 지푸라기나 마른 풀을 물어와 흙을 섞어지어 놓는 재주는 그들의 종족 본능으로부터 어떻게 전해져 온 걸까. 낮은 민가의 집에 집을 짓는 습성에는 어떤 계층이나 신분, 권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자연적 생존 본능만이 남아 있다. 어쩌면 제비와 아버지는 비슷한 계층에 속하는 존재이기에 그토록 가깝게 지내며 제비에게 처마 끝 한 귀퉁이를 내어주고 같이 살았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인간과 새가 함께 살아가는 일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제비똥이 더러워 제비가 싫은 사람은 기필코 제비집을 허물고 제비를 쫓아내 버릴 것이다. 나는 몇 번인가 문 앞에 싸놓은 제비 똥을 밟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도 엄마도 밟고 동생들도 언니도 밟은 적이 있었다. 어미 제비가 다 큰 제비 새끼들을 데리고 떠날 때까지 우리는 제비 똥과도 함께 살아야 했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제비 가족과 정을 나누는, 서로 교감하는 또 하나의 가족 공동체가 되었고, 어느 해부터인가 어린 나는 제비가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작고 노란 입을 벌리고 울어대는 제비 새끼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에. 제비 가족이 우리 가족과 닮아 보였기 때문에.
작은 생명을 지켜주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제비 새끼의 생명을 모른 척하지 않는 것.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얼마간 함께 살아가는 것. 가난한 제비집의 살림을 돌봐주고 안전하게 살다 가게 도와주는 것. 인간이 새에게 베풀 수 있는 만큼 베풀어 주는 것. 아주 작은 능력으로도 인간은 가장 선한 인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고귀함은 신적인 일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인간은 본래 태곳적부터 그 선함과 아름다움으로 이 세상에 오지 않았던가. 그 빛을 잃게 되어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질되는 불행과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은가.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타락한 인간이기 이전, 맨 처음의 인간이었을 때의 선함과 아름다움이 파괴된 것은 뼈아픈 일이다.
인간이 어떤 고귀함을 상실하지 않으려면 순수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태초의 시간으로 돌아가 첫 인간이 가졌던 맨 처음의 마음을 지키고 선함의 능력으로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사는 것. 그리하여 어떤 작은 말로나 행동으로 뭇 생명들에게 죄를 짓지 않은 것. 스스로 자기 존재의 타락을 향해 가지 않으며 더 높은 차원의 높이를 가진 인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어떤 작은 노력의 시작이 인간의 고귀함을 지킬 수 있게 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매주 화요일에만 연재하였으나 이번 주부터 화요일 금요일 두 번에 걸쳐 연재하려고 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