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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틸 라이프 Feb 10. 2019

홈즈맨

-토미 리 존스가 그려낸 여자들의 서부

-여자들의 이름과 커디의 묘비목

기병대에서 수많은 이름없는 죽음과 마주했던 죠지

이름따윈 상관없는 조지는 말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뿌리가 뽑힌 씨씨 한의 묘비를 보살피던 커디의 자살 후 그녀의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동부에 도착해 카터 부인에게 메리 디 커디라는 풀 네임을 언급하며 여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소개하고 커디 이름을 새긴 묘비목과 동행하며 존재가 없는 그녀들의 삶과 이름을 기억해 주려한다. 하지만 커디의 묘비목은 배에서 미끄러져 동부와 서부 사이의 미주리강에 표류하고 만다. 서부 여자들의 수난사가 강물처럼 흘러가고 수면 아래에 가라앉는다.

우연히 여행에 동참하게 되어 그녀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는 것(가부장적인 폭력과 남아 생산의 도구로 이용되는 여성, 질병으로 인한 영아 사망)은 조지 또한 서부와 동부의 세계에서 소외된 자이기 때문이다.     


-커디의 두 번의 청혼과 조지의 청혼

그녀는 꽃으로 집안을 꾸미고 음악과 나무를 사랑하며 황야를 개간하는 강인한 여인이었다. 결혼을 통한 모범적 가정의 실현이라는 청교도 가치를 믿는다. 매력적이지 않아 남자의 선택에서 배제된 커디는 경제적 여유를 내세워 남성에게 청혼한다. 이것은 동부의 여자를 꾀어오는 서부 남자들의 청혼방식이 아닌가. 그녀가 남성이라면 강인하고 진취적인 태도는 오히려 결혼의 장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밥은 그녀의 청혼을 거절하고 동부 여자를 원한다고 말한다. 결혼 이주를 감행한 동부 여인들은 잊지도 않은 재산의 유혹에 이끌려 도착한 파라다이스에 폭력과 차별, 척박한 삶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커디가 같은 방식의 청혼이 조지에게 거절당한 후 자존심을 지키려 선택한 방법은 스스로 여성성을 드러내어 몸을 내어주는 것이다.

조지는 맨발의 16세 동부 소녀에게 거짓 약속에 속아 서부로 가지 말 것을 충고한다. 커디를 연상시키는 가난한 소녀는 방금 전 조지의 조언을 잊고 보잘 것 없는 서부 사내의 청혼을 망설인다. 남자가 건네주는 구원의 신발을 신고 해가 지는 서부로 따라가지만 고향에 돌아올 때는 미치거나 도중에 죽음과 만날 지도 모른 채. 수많은 커디를 알게 된 조지의 눈은 기억과 고통의 연민으로 흔들린다.      


-서부의 불빛, 페어필드 호텔의 방화

서부의 끝이자 동부와 맞닿은 강을 건너는 곳에  페어필드 호텔이 있다. 그 곳은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서있어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서부로 건너온 여자들이 꿈꿨을 행복한 저택의 외관이다. 여행의 목적지에 위치한 이상적인 카터 부인의 집과 닮아 보인다.

커디와 세 여자는 새로운 꿈을 품고 서부로 떠났을 것이다. 원주민의 자리를 빼앗아 건설된 서부엔 정말 균등한 기회(fair field)와 꿈의 실현이 이루어졌는가.

누구에게나 호텔의 입장이 가능해 보였지만 잠자리와 음식은 부유한 투자자에게만 제공된다. 며칠 째 굶고 있다는 하소연에도 세 여자와 조지는 휴식처에서 쫓겨난다. 호텔은 저마다 꿈을 가지고 이주한 여인들이 꿈꾸던 신기루같은 서부의 환영이다. 서부에게 거절당한 조지는 거짓 서부와 이별하며 모두 불태워 버린다. 조지는 배고픈 그들을 외면한 호텔의 남자들에게 너희들의 여자들도 너희를 욕할 것이라 말한다. 쫒아낸 여자들은 그들의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강인했던 커디의 갑작스런 죽음을 마주한 조지는 서부와 남자들에게 수많은 커디를 대신해 복수한다. 방화를 저지르기 전 몰래 침입한 조지는 하녀를 먼저 탈출하게 해 살려준다. 커디의 죽음은 조지를 우연한 조력자에서 무력한 그녀들의 아버지로 만든다. 아이를 잃은 벨이 남편이 있는 집을 떠날 때, 떠돌이를 죽인 후 굿바이라 했던 것처럼 서부를 향한 고통과 사랑 모두와 이별한다.          


-커디의 자살

다양한 죽음을 경험한 조지와 달리 순수한 정의감으로 출발한 커디는 인디언의 주검과 파헤쳐져 뿌리가 뽑힌 씨씨 한의 죽음, 벨이 저지른 살인 등 여러 죽음과 만나게 된다. 혼자 씨씨 한의 무덤을 보살피느라 일행에서 낙오된 후, 그녀의 무덤을 맴돌게 되고 황야에서 외롭게 죽은 소녀의 죽음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절박한 청혼의 거절 후 기독교적 가치인 순결과 자살을 어기고 사랑하는 나무에 목을 맨다. 씨씨 한의 죽음을 통한 자각과 절망, 여성으로서의 좌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동부로 두 사람을 이끄는 힘, 신앙과 돈

정의감에 넘치고 신앙이 깊은 커디와 3백 달러의 돈으로 고용된 조지

폭력에 무방비 노출, 아들 출산의 강요, 청결의 강박 등 여인들의 청교도적인 삶의 방식과 척박한 삶으로 미쳐간다. 서부의 삶을 견디지 못해 정신을 놓아버린 그녀들은 이제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강인해보였던 커디는 오히려 어느 곳으로도 돌아가지 못한다.     


-서부와 동부: 공간 묘사의 차이와 동부인의 차가운 시선과 차별

춥고 황량한 서부 네브라스카에 벽돌로 쓰러질 듯 지은 집과 척박한 삶

푸른 나무와 장미, 새의 노래로 가득한 도시의 모습과 세련된 의복을 갖춘 동부인의 모습

목사부인의 의례적인 환대와 조지 일행을 배척하는 거리서 만난 여인과 강가의 남자들

휴지 조각이 되는 서부의 화폐 가치와 삶의 방식

떠나온 서부에서도 돌아온 동부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조지는 다시 길을 떠나며 강 건너 동부를 향해 총질한다. 서부를 향해 방화하던 것처럼.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

커디가 마지막에 제비를 뽑은 까닭은.

커디와 소녀의 성가와 조지가 부른 노래의 차이.

여정에서 만나는 죽음의 의미들.

서부의 불빛 페어필드 호텔은 서부를 상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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