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사이에서도 침묵은 금일까
신랑은 과묵한 사람이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다. 그렇다고 할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아니다. 필요한 말은 정확히 하고, 유머러스한 면도 있어 주변의 분위기를 바꾸고, 그 분위기의 리더로 행동하는데 능하기도 하다. 외향적인 면과 내향적인 면을 반반씩 섞어 놓은 사람 같다. 남의 흉보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길게 꺼내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조용한 사람이다. 빠른 말, 과한 리액션, 개그맨처럼 쉴 새 없이 떠드는 사람과 오래 대화하면 금방 지치는 편이다. 그래서 조용하고 느린 사람이 좋았다. 말을 아끼는 사람, 공기가 잔잔한 사람. 신랑은 딱 그런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사람과 결혼을 했다.
연애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연애할 때의 장점은 결혼하면 단점이 되고, 단점은 장점이 된다."
내 경우가 그랬다. 내가 좋아했던 과묵함이, 지금은 싫어졌다.
첫 번째는 시댁의 경제 상황에 관한 일이었다. 결혼 전 처음 인사를 갔을 때, 시댁은 꽤 잘 사는 집처럼 보였다. 집은 넓었고, 차는 고급이었고, 식탁 위에 놓인 물건 하나하나가 비싸 보였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우리 집보다 여유가 있구나. 그런데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를 하셨다. 그리고 한 번 더 이사를 하셨다. 갈수록 집이 작아졌다. 형편이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 명절에 일이 있었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나는 그 자리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꼭 왕따가 된 기분이었다. 그날 밤, 잠들기 전 신랑에게 물었다. 무슨 이야기였으며, 왜 나만 모르고 있었냐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뭐 좋은 일이라고 이야기를 해.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굳이 말할 필요를 못 느꼈다는 말. 그 말이 그렇게 서운했다.
좋은 일만 공유하는 게 가족인가. 힘든 일일수록 더 함께 알아야 하는 게 부부 아닌가. 나는 그 순간, 내가 가족이 아니라 며느리로만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는 아가씨의 개인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역시 모두 알고 있었고, 나만 몰랐다. 또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었다. 나는 왜 나만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신랑에게 따지듯 물었다. 내가 그렇게 눈치 없고, 입이 가벼워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닐 사람으로 보였냐고. 신랑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네 성격에 그럴 리가 없잖아.”
그 말은 믿음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제외시킨다고 느껴졌다. 믿으니까 말 안 했다는 것. 그 말속에는 굳이 공유할 필요는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았다. 사촌 누나의 일, 큰 아버님의 일. 자잘한 이야기까지 합치면 몇 번이나 있었다.
나는 주말부부일수록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주일 중 닷새는 각자의 자리에서 살고, 이틀만 얼굴을 본다. 그 이틀 동안 우리는 한 주의 이야기를 몰아서 나눈다. 할 말이 많다면 많고, 없으면 또 없는 대화. 그렇지만 부부라면 최소한 집안의 일, 서로를 둘러싼 일들은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신랑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에게는 말하지 않는 것이 배려일 때가 있다. 괜히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마음, 쓸데없는 이야기로 감정을 흔들지 않으려는 태도. 어쩌면 그게 그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침묵 속에서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더 있지 않을까? 내가 알아야 하는 정보인지,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된다.
요즘의 나는 어느 정도 포기했다. 안 물으면 모르지만 안 궁금해하면 덜 서운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말한다. 최대한 묻지 말고, 최대한 궁금해하지 말자고. 그게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라면, 잠시쯤은 그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여전히 묻고 있다. 주말부부 사이에서도, 침묵은 정말 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