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사물

by 주드

한 소녀가 있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온 식구가 좁은 방에서 함께 지내야 했던 소녀는 자기만의 공간을 간절히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 한 귀퉁이에 낡은 의자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노란 천으로 감싼 그 의자는 군데군데 해지고 색이 바랬지만 작고 여윈 소녀가 깊숙이 파묻고 앉을 수 있을 만큼 컸고 안락했다. 소녀는 의자한테 첫눈에 반했지만 좁디좁은 집으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마음씨 좋은 어른의 도움을 받아 의자를 인적이 드문 숲으로 옮겨 놓는다. 그날 이후로 소녀는 매일같이 숲 속의 의자를 찾아가는데......


노란 빛깔 의자와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몇 년 전에 만든 적이 있다. 처음으로 만들어본 그림책이라 그림도, 구성도 부끄러운 수준이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해 줬다. 나 역시 첫 작품에 얼마나 애착을 느꼈던지 우리 집 거실에 진짜 노란 안락의자를 사다 놓기에 이르렀다.
고심끝에 고른 이 노란 의자는 내가 상상했던 의자와 매우 닮았다. 높은 등받이가 맵시 있게 솟아있고, 양옆에 달린 팔걸이는 마치 팔 벌리고 안아주려는 듯한 모습이다. 등받이 윗부분 양쪽 끝이 볼록 튀어나와 있어 머리를 기댈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무엇보다, 너무나 따뜻한 노란빛에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림책의 그 소녀처럼.


처음에 남편은 부피가 상당한 노란 의자가 거실에 들어차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집안에 책이며 음반이며 평소에 잘 건드리지도 않는 물건들이 너무 많은 걸 마뜩잖아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한번 앉아보고 난 후로는 좀처럼 자리를 비켜주는 법이 없다. 퇴근하고 와서 노란 의자에 앉았다가 코까지 골며 아주 달콤한 잠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남편뿐이 아니다. 딸아이는 노란 의자 옆에 작은 책장에 자기 책들을 잔뜩 꽂아놓고, 작은 램프와 무릎담요까지 구비해 놓아 주변을 아예 자기 서재로 꾸며버렸다. 아들도 마찬가지다. 아빠나 동생이 의자에서 일어나길 호시탐탐 노렸다가 냉큼 앉아버린다. 의자의 주인인 나는 엉덩이 한 번 붙여보기 힘들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에서야 나는 따뜻한 차 한 잔과 책 한 권 들고서 나의 노란 의자에 앉는다. 외양만 멋진 것이 아니라 의자는 정말 편안하다. 지금까지 앉아본 어떤 의자보다도 안락하고 포근하다. 자리에 앉는 순간, 온몸이 노곤해지면서 긴 하루의 끝에 위로를 얻는다. 가족들이 왜 이토록 노란 의자에 자석처럼 끌리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비록 나만의 의자, 나만의 공간으로 남지는 못했지만 노란 의자가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이 되어주니 너무나 뿌듯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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