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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Jun 07. 2022

축구 일지 #2

훈련을 받으면 받을수록 나의 부족함을 느낀다.

기초 훈련들 어느 것 하나 수월하게 넘어가지지 않는다.

수업 후반부 미니게임을 하면 그런 부족함들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나의 한계와 맞닥뜨리는 지점들이 있다.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여기가 나의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구나.

다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모를 뿐이다.


한편 나의 장점을 깨닫는 지점도 있다.

이 역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더욱 견고한 나만의 장점으로 만들 것인지 알 수 없다.

더 많은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끌어주는 이를 믿고 가는 것이다.     


축구 수업을 받으면서 아이와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양육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다는 그런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아이와 같은 상황에서 같은 목적으로 같은 육체적, 정서적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진다. 

잘 키우고 싶은 소중한 자식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꼭 같은 즐거움과 성취감과 열정을 공유하는 어린 친구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 아이 역시, 아직은 서툴고 비실대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가고 잘 가르쳐주고 싶고 시키는 대로 착실히 연습하는 기특한 축구 후배로서 엄마를 바라보는 것. 그 둘 사이에 생기는 어떤 유대감은 부모자식의 사랑과는 사뭇 다른 것일 것이다. 이런 유대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와의 적당한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했는데, 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 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순간에 나는 신나고 재밌고 가슴이 벅차올랐는데

이 아이도 그런 것을 느꼈을까.

많은 순간에 나는 주눅 들고 부끄럽고 스스로가 한심하기만 했는데 

아이도 나처럼 그런 마음으로 괴로웠을까.

아니면 나와 달리 그럴수록 힘겹더라도 한 걸음 더 내딛었을까.

그랬다면 나도 그러면 되는 것 아닐까.

내 어린 친구가 그렇게 차근차근 몸과 마음이 강한 아이가 되고 있다면

나도 본받아서 똑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    

 

어린 친구여,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로 시작되는 희망을 품었단다.

지금 나는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

나의 몸을 사랑해주고 싶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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