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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Jun 24. 2022

축구일지 #4

축구에서는 ‘패스’가 전부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결국 골이라는 것은 패스와 패스의 연결로 이어진 공의 궤적 아닌가. 우리 공의 생명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골대로까지 전달하는 것, 마치 올림픽 성황봉송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이 내 발 앞에 툭 떨어지는 그 순간은, 행운의 순간. 내가 주자가 되어 그 신성한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달려야 한다. 그러나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나를 도와줄 그 누군가를 찾아 ‘패스’해야 한다. 


그리고 ‘패스’의 순간, 신성한 횃불을 타인에게 건네는 그 순간에는, 완전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내가 저자에게 패스를 했다는 것은 우리의 횃불을, 우리의 골을 저자가 잘 지켜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에서다. 물론 수비가 걷어채 가거나 패스 받은 뒤 섣부른 슈팅으로 끝나버리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내 발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나는 희망과 믿음을 함께 실어 보낸다. 


그래서 축구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배우는 스포츠 같다. 앞뒤 가리지 않는 믿음이 아니다.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 앞에서 순간적인 판단과 직관이 우선되어야 한다. 찰나의 순간, 판단이 서면 나를 믿고 그자를 믿는다. 순간적인 판단과 직관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 치밀한 전술 연구와 지난한 훈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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