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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Sep 21. 2022

재채기

굳이 참으려 하지 않아서 그렇지,

노력을 하면 눈물은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채기는 정말 참을 수가 없어요.


참지는 못하지만

억누르는 방법은 터득해서

재채기가 튀어나오려고 하면

속으로 삼킬 수 있습니다.

으훙ㅊ

딱 이런 소리가 나지요.


만성비염 환자로서

재채기(콧물 동반)는

뭐랄까 나를 특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교 다닐 때 만원 지하철 내에서도

그 누군가들은 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옷깃이나 손수건에 막힌 게 분명한,

으훙ㅊ 으훙ㅊ 으훙ㅊ

하는 소리가 연이어 나는 쪽에

높은 확률로 내가 있었다고 합니다.


1년 내내 재채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봄과 가을, 비염데믹의 시즌이 오면 그러한데

벚꽃 필 무렵과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가장 왕성하게 재채기를 합니다.

흩날리는 벚꽃 보며 울고 있냐고 오해 받기도 하고요,

추석 맞아 시댁에 방문해서는

역시 만성비염환자이신 아주버님과 나란히 으훙ㅊ 으훙ㅊ 하는 바람에

눈치가 덜(?) 보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요.


(참, 신기하게 해가 지날수록 재채기의 시즌이 늦춰지더라고요. 추석 때 기온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내가 지구의 기후변화를 느끼는 방식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정말 몸속 모든 내장기관이 다 튀어나오도록 기운차게 재채기를 합니다.

마치 연극 연습에서 발성 훈련할 때처럼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고,

요란하게 재채기를 합니다.

그럴 때는 재채기 소리도 마음대로 만들어봅니다.

아아아추우우웃~!

에에에에에취이이잇~!

아,아,아,아,아,치이우우우웃!

일종의 기원의식입니다.

몸속의 모든 나쁜 것들아,

이 재채기와 함께 말끔히 사라져버려라.


안타깝게도

두 아이 모두 나를 닮아 비염이 있는데,

아들은 나와는 종류가 좀 다른 비염이고,

딸이 살짝 나와 유사한 증상을 보입니다.

고 쪼꼬만 한 코를 비비다가

잉치 잉치 재채기를 합니다.

좀 더 크면 단전 재채기 법과

자체 흡수 재채기 법을 전수하려고 합니다.


.


마음에 드는 자리를 세 군데만 찾는 중입니다.

한 군데는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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