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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Sep 27. 2022

이문세 콘서트

이문세 콘서트에는 두 번 가본 적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08년도였습니다.

정확히는 이문세 콘서트가 아니라

작곡가 이영훈을 추모하는 콘서트였지요.

여러 가수들이 참석해 그의 곡들을 불렀는데

아무래도 이문세가 부른 이영훈의 곡들이

기다려졌고 좋았고 슬펐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이문세의 곡들은

이영훈이 만들었으니까요.


이영훈은 이문세에게 대체적으로 만족했는데

<붉은 노을>은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해요.

정서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고요.

신기해요.

나도 그 노래는 좀 별로거든요.

심지어 빅뱅의 리메이크도 마음에 안 들어요.

내가 사랑하는 빅뱅인데도 그 노래는 건너뛰게 되어요.


공연이 끝나갈 무렵

이영훈의 아들이 무대 위에 잠깐 올라왔었어요.

앳된 소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리 아빠 잊지 말아 주세요,

라고 했었어요.


<슬픈 사랑의 노래>는

자기가 만든 노래 중 가장 잘 만든 작품으로 꼽았다고 해요.

87년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마침내 99년에 가사를 붙여 완성했대요.

이문세와 이소라가 함께 불렀는데

나는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 혼자 부르곤 했어요.

-너를 스쳐갈 수 있었다면 지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낮은 목소리로 부르다 높은 목소리로,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새하얀 저 거리에서 쌓이던 첫눈 같은 사랑

멜로디보다 가사 쓰는 것을 그렇게 어려워하고 고통스러워했대요.

강박에 시달리며 담배와 커피로 연명하며.

그래서 그렇게 몹쓸 병을 얻었나 봐요.

-너를 안고 숨을 쉬면 세상엔 너밖에 없는데


두 번째는 십 년 뒤인 2017년 또는 2018년이었어요.

기억이 가물해요.

공연장이 어디였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 공연에서 딱 한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무대 위에 모든 불이 꺼지고 백스테이지에서 주홍빛 조명을 비추었어요.

그래서 기타를 맨 채 의자에 걸터앉은 이문세의 검은 실루엣만 볼 수 있었지요.

그때 그는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불렀어요.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여서 숨이 멎을 것 같았어요.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이 생각만 계속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웃음소리뿐>에서의

그런 비감과 애상을 느끼고 싶으면

<난 아직 모르잖아요> <휘파람> <슬픈 사랑의 노래> <나는 행복한 사람>을,

슬프지만 따뜻한 위로를 느끼고 싶으면

<광화문 연가>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을,

씁쓸해도 참을 만한 고독을 느끼고 싶으면

<옛사랑>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밝은 노래도 궁금하다 싶다면

<가을이 오면> <깊은 밤을 날아서>를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내내 나도 그러할 참입니다.

이번 일요일에 이문세 콘서트에 갑자기 가게 되었거든요.

아들이 모아둔 돈으로 축구경기 프리미어 좌석을 끊는 것을 보고

나는 조금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문세 콘서트 소식을 들었을 때

주저 않고 예매했습니다.


가슴이 서늘해지며 두근거려요.

그냥 위로받고 오면 좋겠습니다.

버텨야 할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지금은 그냥 많이 위로받고 오면 좋겠습니다.


.


#야외공연

#목도리두르고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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