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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Sep 28. 2022

연극

얼마 전에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선생님은 여전히 제게 조금은 어려운 분인데

함께 만난 언니들이 매번 저를 잊지 않으셔서

무대 아래에서도 선생님을 뵐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수개월 만에 만난 선생님을 붙들고 늘어집니다.

궁금하고 답답한 것들 묻고 경청합니다.


-대사 쓰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인절미 떡 한 번 탈탈 털어준 것처럼 대사에 여백을 남겨야 합니다.

관객이 여백에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줘야 합니다.

배우들은 대본 속에서 보물 찾기를 하는 것이고요.


-그것을 연기할 때는요.

연극에서 대사를 칠 때는

상대 배우의 말을 “듣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짜인 주고받기는 안 됩니다.

실제 대화에서 우리는 상대의 다음 대사를 예측은 하되 알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응을 하게 됩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짜인 각본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응입니다.

연극 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연기해야 합니다.


.


일상으로부터의 예술이 목적일진대,

프로와 아마추어의 지향점이 달라서 생긴 괴리감,

결과와 성과 중심인가, 참여 과정 중심인가에 대한

지도자와 참여자와 예산 편찬자의 시각차에 대해서도 열띤 이야기가 오고 갔고,

‘지역 상생’이라는 말이 중요 키워드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나눴습니다.

어느 경우에도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라고 하셨습니다.

어려운 말들이었지만

나는 열심히 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안타까웠지요.


처음과 끝은 언제나 그때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무대였다고,

예술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 알 수 있었다고,

이렇게 가을이 오면 언제나 그날이 생각나,

행운이었다고,

감사드린다고.


언젠가 선생님께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

가벼운 워크숍이라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연극이 왜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심하고 예민한 사람이라 그런가 봅니다.

마음껏 내 안의 것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지고 드러낼 수 있는

길이 그곳에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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