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눈부시게 찬란하던 햇살이
어느 순간 부드럽고 너그러워지는,
오후 3시 반을 지나 4시를 향하는 이 시간에
자전거를 탄다.
마치 세상과 사랑에 빠진 젊은이라도 된 듯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
자전거를 탄다.
그러다 해가 더 기울어 빛이 사그라들고
그즈음엔 나도 지쳐서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
성가신 노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너무 멀리 왔음을, 후회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자전거를 탄다.
깊은 밤은 한결같이 내게
“괜찮다, 괜찮다”라고 위로해주는데
그럼에도 나는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빛의 잔상을 좇다가
다음 날 오후 3시 반이 되면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는 빛 속으로
자전거를 탄다.
* 일전에 썼던 산문을 함축해서 다시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