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오현경
민들레는 민들레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
꽃줄기가 쏘옥 올라와도
민들레는 민들레
여기서도 민들레
저기서도 민들레
이런 곳에서도
민들레는 민들레
혼자여도 민들레
둘이어도 민들레
들판 가득 피어나도
민들레는 민들레
꽃이 져도 민들레
씨가 맺혀도 민들레
휘익 바람 불어
하늘하늘 날아가도
민들레는 민들레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그림책을 보았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모습으로 있든 민들레가 민들레이지,
민들레가 민들레가 아닌 다른 것일 수 없다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었지요.
선생님께서는 이 책이 ‘나’를 표상하는 나는 계속 변하지만 변하는 나도 역시 ‘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이 책을 보고 나의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소년이 된 지금까지
얼굴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눈매며 콧망울이며 웃을 때 입매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아이의 성정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화를 내기보다 울기를 택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의 손도 따뜻하게 잡던 아이.
10년 남짓의 시간에 걸쳐 아이의 지금의 모습을 이루어 온 하나하나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걱정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아이가 아니라면?
내가 놓친 것이 있었다면?
그 사소한 하나가 아이의 커다란 부분을 바꿔놓았다면?
그런데도 아직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혹은 부모의 기쁨을 위해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내가 모르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언젠가 나는 아이의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아이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내가 알고 있는 아이가 아니면 어떡하지요.
선생님은 그러셨습니다.
잘 알고 있는 아이도 은우가 맞고,
잘 모르겠는 아이도 은우가 맞습니다.
어느 날 수염이 자라나기 시작한다고 해도 그 아이도 은우입니다.
수염이 난 은우는 어머니가 알던 은우가 아니지만
어머니가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 은우입니다.
아이에 대해서 잘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아이가
오늘 처음으로 새로 산 운동화 끈을 혼자 묶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끈이 있는 운동화나 축구화를 신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끈이 없는 운동화들은 모두 발에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끈이 달린 운동화를 사줬는데
내 마음이 조금 뭉클했습니다.
엄마의 축구화가 도착했을 때,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손을 집어넣어 발볼을 넓혀주고,
접었다 폈다 부드럽게 길을 들이는 등
엄마가 편하게 첫 착용을 해볼 수 있도록 모든 성의를 다하면서도
끈은 묶어주지 못했던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가 혼자서
쑥스럽게 웃어가며
부드러운 제 마음씨처럼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천천히 끈을 묶어냈습니다.
끈을 못 묶던 아이가 묶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내가 아이에 대해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겠지요.
아이에게 새로운 면이 생겨난 것이고,
그걸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모습으로 있든
이 아이는 나의 그 아이인 것입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내 마음이 출렁일 때마다
아이의 운동화 끈을
떠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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