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웃음소리가 남기는 마지막 진동이
나의 팔에 고스란히 전해질 만큼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단 한 번의 ‘성큼’이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이마와 이마를 맞댈 수 있고
볼과 볼의 온기를 나눌 수 있고
나의 말끝이 그 사람의 입술에 가닿을 만큼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조금도 꼼짝할 수 없겠는,
그 거리가 애달프다면 그것은 사랑의 시작
눈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그 사람을 둘러싼 공기에만 눈길을 두지만
그 사람은 나의 눈을 집요하게 좇아주길 애타게 바라는 마음
확인하고 싶고, 찾아내고 싶고, 믿고 싶은 마음
밤새 공들여 만든 말들을 한 마디도 못하겠는데
자꾸만 시간은 흘러 원망스러운 마음
시간이 흐른 후에
떠오르는 사소한 기억 하나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아주 오래전처럼 그립고 그리운 마음
그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두 눈과 두 귀를 멀게 하고
그 마음들이 ‘다리를 잃은 새’처럼 내려앉을 곳 찾지 못해
그 사람의 흔적을 따라 속절없이 이곳 저곳을 떠도는데
어찌 숨길 수 있을까
사랑의 마음
사랑의 마음
그래도 숨겨야 한다면
들키기 전에 그 마음을 지워버려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랑이랑 헷갈렸지만 사실은 다른 무언가였던 것처럼
눈길을 거두고 발길을 돌리고 하나씩 하나씩 마음을 걷어낸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월이 흘러 후회하게 될 걸 모르고
또는 알면서도
이미 그 사람이 미워져
깊숙한 곳에 묻어버리고 만다
어찌 숨겨야 할까
이별의 마음
이별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