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순간이 좋습니다.
오늘같이 빗소리가 차박차박 들려오는 밤이면 더욱 그러합니다.
어서 침대로 가서 눕는 게 현명한 일인 건데
나는 오른팔을 오른 귀에 괴고 쭉 뻗은 채
책상에 엎드립니다.
세상이 90도 기울어지면서
위에서 내리 꽂히던 긴장감이 퇴로를 찾아 순식간에 스스륵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내 몸은 어디론가 쑤욱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데
그 기분이 몽롱하니 참 괜찮습니다.
내게 기대 조금만 쉬어도 괜찮다,
책상이 속삭여주는 거 같습니다.
하루 종일 쓴 글을
조금만 더 손보고 잠을 자러 가려합니다.
잘 써야겠다는 생각은 비우려고 노력합니다.
많이 그저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외롭지만
이 편이 낫습니다.
빗소리가 아까워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