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김에 글을 쓰는데
정말 드문 일이니까 쓰는 건데
왜 이렇게 맛있나 이 와인
내일 아침에 수업 가야 하는데
큰일이네
내가 말이지
취했으니까 말이지
나의 내밀한 취향의 한 조각을 공개하자면 말이지
이 노래 들어봐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자우림의 연주와 노래로
기타 리프가 엄청 멋져
되게 웃긴 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해놓고선
앞으로 너 알아서 하라고 한다?
자기들이 할 일은 여기서 끝났대
나 같은 경우는 안경을 껴서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안경을 한번 이렇게 추켜올리면 좀 뭐랄까 덜 뻘쭘한데 말이야
안경 안 끼는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해?
오케이 좋아
내가 이성적으로 분석해볼게
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인 건데?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줄 아나 봐?
오만하네?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왜 돌아봐야 돼?
라고, 오마이갓, 나의 20대가 신경질을 낸다!
근데,
나도 모르게 돌아보게 된다?
라고, $÷*#*=@# 나의 40대가 읊조린다!
아 뭐야
그렇게 뒤돌아보고 싶어?
뭐, 뭐가 알고 싶어서?
다시 젊어지고 싶어서?
두고 온 것이 후회돼서?
뭔데 뭐가 알고 싶어서 그러는데?
돌아보긴 뭘 돌아봐!
나는
사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
다시 태어나고 싶어
지금 이 순간 초시계를 세팅해놓고
이 순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거지
모든 젊음이 주름을 포함하고 있다면
그러면 불안이란 것도 없겠지
모든 늙음이 주책을 포함하고 있다면
그러면 눈치 볼 것도 없겠지
나는 그것을 존중해
수십 억 년간 동일하게 비추던 달빛이었지만 말이지
오늘과 내일의 달빛이 내게 다른 의미이듯
짧은 인생 내가 사랑한 것이
그 달빛이라면
이사 가야지!
신축 아파트 단지 말고
저기, 나도 모르겠어, 달빛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
찾아가야지!
떽, 너는 입 그만 놀려
저기, 친구야, 네가 살고 싶은 곳 어디야
여기 여기여기
달빛 없이는
한 걸음 떼기 어려운 깊은 곳
가봤어? 가봤어?
못 가봤을 걸
못 갔을 걸
아
뭣 같은 곳
그런 곳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있어
이미
(또 모르지?
너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개구멍을 파놓았을지도?
그리로 들어와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