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탄다
몇 번 남았어요?
아이가 묻는다
다섯 번,
딱 다섯 번만 타고
집에 가는 거야
내가 답한다
어차피
대답을 듣고자 한 질문이 아니다
아무렴
진짜로 세려고 한 답이 아니다
몇 번이 남았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누가 남았는지
너는 궁금하지 않다
투명한 연둣빛 잎사귀에
너의 웃음소리처럼
햇살이 튀어 오르고
낯익은 소리와
그리운 냄새가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이 계절이
몇 번이나 남았을지
두고두고 같은 얼굴을 해줄지
잠시 고개를 숙였을 뿐인데
창틀에 바스락 헛헛함 남기고 사라져
하염없이 빈 가슴을 누른 채
나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지
이런 것들이
너는 궁금하지가 않은 것이다
이 계절의 마지막 날
나는 마알간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런 덧없는 생각들이 멋대로 오고 가도록
내버려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