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드 Jun 13. 2023

5월

아이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탄다

     

몇 번 남았어요?

아이가 묻는다     


다섯 번,

딱 다섯 번만 타고 

집에 가는 거야

내가 답한다     


어차피 

대답을 듣고자 한 질문이 아니다

아무렴 

진짜로 세려고 한 답이 아니다     


몇 번이 남았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누가 남았는지

너는 궁금하지 않다     


투명한 연둣빛 잎사귀에

너의 웃음소리처럼

햇살이 튀어 오르고     

낯익은 소리와

그리운 냄새가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이 계절이     


몇 번이나 남았을지

두고두고 같은 얼굴을 해줄지

잠시 고개를 숙였을 뿐인데

창틀에 바스락 헛헛함 남기고 사라져

하염없이 빈 가슴을 누른 채 

나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지    

 

이런 것들이

너는 궁금하지가 않은 것이다     


이 계절의 마지막 날

나는 마알간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런 덧없는 생각들이 멋대로 오고 가도록 

내버려두다

작가의 이전글 외롭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