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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Apr 05. 2020

그때 그 생각 - 20

18/11/13

 어느 날 프라하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너무 행복해서 이대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 적이 있다. 그때 이후 내 모든 가치관은 어떤 무엇보다도 ‘행복’이 중심이 될 정도로 내 인생의 전환기가 되기도 했던 특별한 순간.

 그 후에 행복을 위해 찾아 나선 길들을  나아가거나 선택의 순간들이 있을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들이 있다.

 ‘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내가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떤 길이 있을까?’, ‘이건 정말로 나 자신을 위한 행복일까, 아니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걸까?’,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것들.

 행복이라는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연달아 이어지는 생각들을 모으다 보면 문득 이전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사실 생각을 실제로 실천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행복으로 이어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지 언젠가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운이 따라주어야 하는 것도 사실, 하지만 언제나 간절히 바라고 노력할 때 행운은 자연스레 먼저 내게 손을 내밀어주기도 한다.

 호주로 워홀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이전에는 한 번도 든 적이 없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행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이어지다 보니 문득 호주가 떠올랐고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곧바로 실행에 옮겼을 뿐.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쭉 안정적인 생활 범주에서만 지내다가 오랜만에 바깥세상으로 홀로 나서고자 하니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대나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막막함이 더 커져갔다. 사실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을 두고 가는 것에 대한 나 스스로의 미련과 아쉬움이 더 컸던 것인지도.

 하지만 떠나야 하는 걸. 한해 한 해가 지날수록, 잃을 것이 더 많게 느껴질수록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게 더 어려워질 텐데 지금은 나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비우고 새롭게 떠나야 할 때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겠지.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로 또 다른 시련과 굴곡이 있겠지. 하지만 지레 겁을 먹고선 직접 부딪혀 보는 대신에 뒤늦게 한시라도 젊은 날에 용기 내어 부딪혀 보지 못함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더라도 내가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한 게 좋다. 그래서 나는 지금 호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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