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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oon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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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Apr 06. 2020

골드코스트 바다

 

 지금까지 호주에 있으면서 골드코스트, 모튼 아일랜드, 브리즈번, 케언즈, 시드니, 해밀턴 아일랜드, 울룰루를 상공에서 보았지만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는 골드코스트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가장 아름답게 남아있다. 녹색으로 물든 육지와 청색으로 물든 바다의 조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늘에서 바라본 바다가 너무나도 황홀했기 때문에 서퍼스 파라다이스 바로 앞에서 바라본 바다는 오히려 감흥이 그보다는 덜했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양 옆으로 길게 뻗은 바다와 군데군데 높이 솟아오른 고층 빌딩의 모습은 얼핏 부산 해운대를 떠올리게도 했다.
 
 골드코스트는 특히 호주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라서 관광객들로 넘쳐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언제나 한산하다. 한국의 높은 인구밀도에 익숙해져 있다가 호주에 오니 그 차이가 몸소 실감이 났다. 지금까지도 종종 호주인 친구들이 선샤인 코스트와 골드코스트를 비교하며 골드코스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한지 얘기할 때마다 나 혼자 남몰래 웃곤 한다.

 파도가 꽤 높고 거세기 때문에 몇십 미터마다 모래사장 위 노란색 천막에서 안전요원들이 감시하는 깃발과 깃발이 꽂힌 곳 사이에서만 수영을 해야 한다. 바다로 입수해 수영을 하거나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보다 해변 위에 삼삼오오 비치타월을 깔고 누워 선탠을 하거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수영에는 자신 있지만 굳이 저 거센 파도를 타며 수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나도 그냥 비치타월 위에 드러누워 사람들이나 갈매기를 구경하거나 아니면 탕갈루마 리조트 면접 준비를 했다. 바다에 가기 전에 주류 샵에 들려서 4달러밖에 안 하는 저렴한 와인도 한 병 사들고.

 호주 오기 전에도 두 달 넘게 백수 생활을 하면서 여유는 넘치게 부렸는데 환경이 달라지니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의 여유같다. 할아버지 집에서 걸어서 15분이면 도착하는 바다라 눈뜨면 나갔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나절씩 누워있다가 돌아갔다.
 한국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바다를 호주에 오자마자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너무 좋았다. 벌써 이렇게나 바다가 좋은데 정말로 바다가 코앞인 섬에 가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꿈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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