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정처 없이 방랑생활을 하느라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살이 더 빠져 있겠지라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나는 오히려 8kg이나 쪄서 내 인생 최대치 몸무게를 안고 돌아왔다. 더 놀라운 건 밖이나 레스토랑에서 끼니를 사 먹은 건 1년이 넘을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도.
언제 어디에 있던지 인복이 언제나 차고 넘치는 것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우연한 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세상의 많은 좋은 사람들이 언제나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를 진심 어린 마음과 사랑으로 대해주어 나도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더 큰 사랑과 애정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한국에서 넘어온 나에게 항상 따뜻한 영혼을 지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집과 직접 요리한 맛있는 현지 요리들을 대접해 주신다.!구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부정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레 느껴지고 묻어 나오는 진심이 그만큼 순수하면서도 힘이 있기 때문은 아닐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소리라는 걸 알지만 내 경험을 통해 느낀 바로는 그렇다.
유럽을 돌아다닐 때도 호주에 있을 때도 맛집이라고 소문난 음식점을 한 번도 찾아가 본 적이 없다. 아무리 맛있고 유명하다 해도 무엇보다 상대방을 위해 진심을 담아 요리한 음식보다 맛있게 느껴지는 건 나에게는 없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