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라는 이름의 호스텔 안으로 들어가 숙박비 24달러를 지불했다. 호스텔 건물 안 계단을 오를 때부터 왠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호스텔에 묵었던 적이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예전에 묵었던 곳들은 밝고 화사한 분위기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여기는 통로뿐만 아니라 심지어 방 안마저 분위기가 어두운 것만 같다.
8인실 남녀 혼용 도미토리지만 운 좋게 그날 그 방을 쓰는 게 나를 포함해 3명뿐이었다. 브리즈번에서 셰프로 일을 하는데 그냥 따로 집을 구하지 않고 이 호스텔에서 살고 있다는 호주인 조쉬와,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니다가 얼마 전부터는 혼자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영국인 엘렌과 함께 금방 서로 통성명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열 시가 다돼가는 시간에서야 혼자 호스텔을 나왔다. 면접을 보고 난 뒤 바로 골드코스트로 돌아가게 될 경우에는 언제 브리즈번에 다시 오게 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잠깐이라도 브리즈번을 돌아보고 싶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휙 돌아본 게 다지만 브리즈번이라는 도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그때 당시의 첫인상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브리즈번이 호주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만큼 기대가 컸던 것도 있지만 도시 자체가 실제로 보니 너무 작고 어정쩡했다. 나름 퀸즐랜드를 대표하는 도시라지만 10시도 안된 시간인데도 대체적으로 도심 전체가 한산하고 심심한 모습. 특히 가장 놀랐던 건 아시아인들이 압도적으로 훨씬 많이 눈에 띄는 것. 이민자 가정이거나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많겠지만, 거리 곳곳마다 영어보다 각국 아시아 언어들이 더 많이 들릴 정도로 유학생 비중도 꽤 엄청난 듯 보였다.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브리즈번이 도시 그 자체로써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브리즈번에서 나고 자란 내 소중한 호주 친구들 덕분에, 그리고 브리즈번에서만 쌓였던 특별한 추억들 덕분에 저때 당시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던 브리즈번에 대한 첫인상은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희미해지고 있다.
하루 종일 제대로 끼니도 못 챙겨 먹었지만 이 늦은 시간에 뭔가를 챙겨 먹는 것도 귀찮고 어차피 패스트푸드가 아니면 문을 연 곳도 제대로 없는 것 같으니 그냥 호스텔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내일 면접을 위해 조금이라도 잠을 더 푹 자야 한다고 머리는 자꾸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게 불안한 가슴이 충돌하던 탓에 결국 새벽 두시까지 잠에 들지를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