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부터 써오던 아빠께서 주신 노트북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물건을 사는데 큰돈을 쓰는 일이 없는 나지만 본격적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해보기 위해서 큰 맘먹고 노트북을 장만했다. 호주에 있을 때, 푸른 강이 보이는 초록빛 잔디밭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 쓰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새로 산 노트북을 소중히 들고 도서관에 가서 한 일은 커버레터, 이력서, 자소서 쓰기. 그동안에 열심히 찾아봤던 일자리 정보가 이 과정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일단 워드 파일에 탕갈루마와 해밀턴에서 내가 관심 있는 포지션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보기 좋게 쭉 정리했다. 비슷한 일은 같이 공통으로 묶어서 정리했더니 지원할 때 특히 어떤 점이 강조되는지도 눈에 더 잘 보인다. 기본 바탕을 그렇게 깔아놓고 나서는 어떤 방향으로 이력서를 구성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해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커버레터, 영문 이력서, 영문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비슷한 양식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은 있어도 영문 이력서는 어떻게 써야 될지 감조차도 잡히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남이 쓴 예시들을 그대로 베끼고 싶지도 않았다.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독특한 경험이나 나라는 사람의 자질 및 인성이 충분히 잘 드러날 수 있는 커버레터, 이력서, 자소서가 나를 대변하는 내 얼굴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내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할 수는 없다.
도서관에서 영문이력서나 해외 취업과 관련된 책들을 찾으니 꽤 많은 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는 아주 오래전 출간된 책들도 많아서 그 책들과 더불어 내가 따로 찾은 최신 영문 커버레터와 이력서 예시들도 같이 하나하나 빠짐없이 훑어보았다. 과장이 아니라 족히 몇백 장 되는 예시들을 모두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며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력서의 기본 틀이나 구성에 대해서도 참고하기 위해 모든 직종을 가리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쓰기 전부터 수많은 예시들을 읽는 데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지만 상관없었다. 급하다고 대충 아무렇게나 쓴 이력서보다는 시간과 노력을 공들인 이력서가 좋은 인사 담당자에게라면 그 진심까지 함께 전달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출근할 때도 이력서를 수십 장씩 파일에 넣어 가져 가 틈틈이 짬을 내어 읽었다. 일에 치여서 누군가에게 말도 못 하고 지치고 힘들 때에도,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게 큰 위안과 동기부여가 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