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도착한 첫날부터 전혀 이질감이 없다.
내 안의 긍정적인 기운과 행복함이 짧은 시간 새에 눈에 띄게 높아진 것 외에는.
낯선 새로운 환경에서는 나도 모르게 긴장되고 걱정되는 게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반응이겠지만 예전 경험들로 인해 단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가, 골드코스트가 워낙 편안한 휴양지같은 분위기라서 그런가, 휴가라도 온 마냥 몸도 마음도 편안함 그 자체.
하루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했으니 집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마치고 할아버지를 따라 집을 나선다.
주변을 하나하나 천천히 둘러보며 느릿느릿 걸었다.
어디를 걷든지 지나는 곳곳마다 여유가 묻어 있다.
호주 오기 전 백수로 지낼 때는 내 생활에 여유가 있었다면 여기는 그냥 환경 자체로부터 자연스레 느껴지는 여유. 같은 여유면서도 동시에 너무나도 다른 여유.
집 돌아와서 낮잠도 잤다가 이웃집들이랑 인사도 나눴다가 할아버지께서 요리해주신 맛난 간식과 저녁도 먹고 밤 산책 나가 아이스크림 손에 쥐고 길거리 마켓 구경도 했다가 엄마 아빠께 안부전화도 드렸다가 그렇게 첫날이 물 흐르듯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다지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도 이 소소한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나에게는 특별하기만 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