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호흡이 오고 코에 물이 들어가는데, 발은 닿지 않는다.
중급반 두 번째 수업.
스노클을 다시 썼다.
스노클을 쓴 채 물 안으로 들어가려니 저번 수업에서의 고통이 떠올라 망설여졌는데, 막상 숨을 쉬어보니 첫 째날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잘 되었다.
첫째 날 한 번도 제대로 숨을 쉰 적이 없이 실패만 주구장창했던 거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숨을 쉴 수 있게 된 걸까? 조금만 잘못해도 코에 물이 들어가면, 빨리 배울 수밖에 없는 걸까?
하면서도 좀 신기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잘되는 건 아니다. 어떨 때는 잘 되었다가 어떨 때는 리듬이 깨졌다가 했다.
할 때마다 전 수업에서 어떤 아저씨가 알려준 방법을 계속 머릿속에서 되새겼다. 숨을 빠르고 강하게 들이 마신 뒤, 코로 내뱉기.
맨 처음에는 입으로 숨을 마시고 뱉는 걸 연습했기 때문인지 언제는 코로 뱉었다가 언제는 입으로 뱉었다가 뒤죽박죽되었다.
잘못해서 코 안으로 물이 들어올 때마다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워 해야 했지만, 그 빈도는 많이 줄었다. 코 안으로 물이 계속 들어오는데, 그걸 삼키면서 수영하는 상황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입수에 어느 정도는 길게 수영해 갈 수 있게 되었다.
12월에 중급반으로 처음 온 다른 사람들은 실력이 나쁘지 않았다. 초급반과 중급반 사이의 실력은 넘는 것 같았다. 같은 시간 대의 초급반에서 올라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위험석을 넘지 못하는 사람도 나뿐이었다. 나만 위험석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 앞사람이 돌아오면 헤엄쳐 갔다.
위험석을 넘지 않으면 그만큼 수영하는 길이가 많이 짧아지고, 줄 서 있는 사람만큼 또 수영하는 길이가 짧아진다. 게다가 나는 제일 마지막에 서 있으니 더 그렇다.
수영하면서 다시 위험석 근처로 오자 한번 넘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수업에서 코로 물을 먹느라 수영을 많이 못한 거 같기도 하고, 위험석에 언제까지 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위험석 전까지 스노클을 끼고 한번에 왔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나 보다.(왜 그랬을까)
그런데 숨을 몇 번 쉬지도 않았는데 위기가 찾아왔다. 숨이 잘 안 쉬어지기 시작했다.
깊은 물에서는 스노클을 끼지 않고 자유형을 할 때도, 숨이 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이건 친구 J도 동의하는 부분. 눈앞에 보이는 바닥과의 거리감 때문인지 물이 더 무겁게 느껴지고 힘이 든다.
숨을 한 번이라도 잘못 쉬면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절대 발이 닿지 않는 깊이다. 코에 물이 조금 들어가도 참는 건 배영할 때나 가능한 일이지, 스노클을 끼면 코에 물이 엄청 들어가기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그렇게 긴장을 하니 숨을 들이 마실 때 들어오는 공기의 양이 점점 많아졌다. 오른쪽 팔이 돌 때 숨을 들이 마시는 리듬을 가지고 갔기 때문에, 아직 더 내뱉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꾸 숨을 들이 마시게 되었다.
그렇다고 숨을 들이마실 때 강하게 하지 않으면 코에 물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숨을 약하게 쉴 수도 없었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야.
짧은 시간, 머릿속에서 엄청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수영 잘하는 사람들 천지니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내가 구조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 수영장에 다시는 발을 들일 수 없을 거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몸치라지만, 그 정도의 부끄러움과 유명세는 견딜 자신이 없었다.
깊은 물 구간은 체감상 평소보다 두 배는 더 길게 느껴졌다.
숨은 점점 더 차고, 한 번 찰 때마다 허벅지가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정말 코로 물이 왕창 들어갈 거 같았는데 한 번 넘기고, 이번에는 진짜 공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숨의 리듬이 다 깨져버릴 거 같은데 한 번 넘기고...
쪽팔리고 개뿔이고, 이제 진짜 죽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을 때쯤, 드디어 벽에 다다랐다.
나는 얼른 벽을 붙잡고 스노클을 벗어 버리고, 숨을 골랐다. 살았다 싶었다. ㅠㅠ
뒤를 돌아 보니 내 앞에 갔던 사람들은 이미 다 도착해서 강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젠장할...
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
깊은 물을 목숨 걸고 헤엄쳐 왔지만, 그만큼을 다시 돌아가야 했다.
한숨을 내쉬고 다시 물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벽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짧은 사이에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아까보다 더 떨어진 체력으로 헤엄쳐 온 만큼 다시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스노클을 한손에 쥐고 자유형을 해서 나아갔다. 뻗는 손으로 스노클을 잡고, 물잡기를 할 때는 반대쪽 손에 스노클을 쥐면서 이걸 반복해서 위험석까지 갔다.
스노클은 앞쪽 물건 두는 곳에 던져 버리고, 나머지 수업은 스노클 없이 수업을 들었다.
요즘 수업 때마다 혼자 영화를 찍고 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