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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이 4시간 멈추지 않았다. 물고문 스노클 첫 수업

콧물이 4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나왔다.

by 잼써


중급반 두 번째.


초급반에서는 하지 않던 새로운 것들을 중급반에서는 많이도 배웠다.

그중 하나가 스노클.


사실 스노클은 꽤 하고 싶었던 거였다. 초보반에서 볼 때 스노클을 끼고 숨을 자유롭게 쉬면서 영법에만 전념하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스노클을 해 본 적이 있었다. 보라카이에 갔을 때, 바다에서 스노클을 끼고 물고기를 구경하는 레저를 즐겼다. 구명조끼 입으니 몸은 둥둥 뜨고, 스노클 덕분에 숨도 편하고, 투명하고 푸른 바다 안에서 노다니는 색색깔의 귀여운 물고기들이 참 예뻤다.


스노클.png



그런데 수영용 스노클은... 괴로움 그 자체였다.

수영하면서 가장 큰 위기는 다이빙을 처음 배운 날 왔다고 생각했는데, 스노클 수업이 신기록을 경신했다.




수영용 스노클


수영장에서 쓰는 스노클은 레저용과 다르게 생겼다. 레저용은 안경과 숨을 쉬는 파이프를 함께 쓴다. 수영장에서도 수경을 쓰기는 하니까 기능적으로 비슷해 보이는데,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레저용은 안경이 눈과 함께 코도 가려준다는 것. 그래서 실수로 코로 숨을 쉬게 되어도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수영장에서 쓰는 스노클은 입과 연결된 파이프만 있어서 코는 아무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숨을 들이마실 때 아주 조금이라도 코를 이용하면 그대로 물이 빨려 들어간다.


스노클을 하다가 코에 물이 들어간다고 고통이 약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 고통이다. 코가 따가울 뿐 아니라 두통까지 생기는 그 고통...


다른 중급반 사람들이 이 고통을 즐기는 건 아니다. 입으로만 숨을 쉬면,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자꾸 코로 약간의 숨을 쉬게 되었다. 입으로'만' 숨 쉬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주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는 벌을 받는다.


수영을 해서 잘못해서 코에 물이 들어가거나 물을 먹게 되는 것. 그게 수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공포 중 하나일 텐데, 초급반에 있을 때 코에 물이 들어간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코에 물이 들어갈 걱정은 잊고 지냈는데, 그 공포가 이렇게까지 크게 현실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스노클 시행착오


스노클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젊은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 그래서 강사가 그 남자와 나는 따로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구석에서 숨쉬기 연습을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스노클을 끼고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뭔가 함께 배우게 되면, 같이 하는 사람의 실력이 진짜 중요하다. 보통 한 명이 잘하면 나머지도 그에 맞춰서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나도 스노클을 낀 채 수영을 하기 위해 레일에 서야 했다.


팔을 한두 번 돌렸을 뿐인데, 코에 물이 들어가서 제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다. 고통스러워서 머리를 한동안 감싸 쥐었다. 조금 참고 해 보려고 해도 숨 쉬는 리듬이 깨져서 그만둘 수밖에 없다. 앞사람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위험석을 너머 깊은 물까지 가지 않았는데도, 나 혼자만 동떨어지게 되었다.


강사는 내가 발목을 다쳐서 속도가 늦어지는 줄 알았는지(발목을 다쳐서 오리발을 끼지 않았다고 말을 했다. 오리발은 아주 예전에 사 두었는데...ㅠ) 천천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해 주었다.

천천히 하면 안 되어도 천천히밖에 못 하는데 말이다...


만약 내가 수업을 듣지 않고, 원하는 대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면 스노클은 포기했을 것 같다. 계속 미루다가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아 접었을 것 같다. 그런데 중급반에 소속되어 스노클을 끼고, 강사가 보는 앞에서 내 차례가 되면 운명을 알면서도 물로 뛰어들게 된다.


가다가 서서 괴로워하기를 반복.

평소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한데, 그로 인해 스노클을 할 수 없게 코가 변형된 건 아닌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의심도 했다.


그러다가 한 번, 리듬이 잘 맞는 순간이 왔다. 그렇지만 코에 물이 안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숨을 쉴 때마다 한쪽 코로 물이 아주 조금씩 들어왔다. 그런데 몇 번 잘되는 순간에도 코에 물이 조금씩은 들어갔기 때문에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코로 조금씩 들어오는 물을 꿀떡꿀떡 삼키면서 리듬을 잃기 전까지 몇 번을 더 나아갔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ㅠㅠ


수업이 끝나고, J가 나에게 이것저것 얘기해 주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내가 고생하는 걸 봤는지, 스노클로 숨 쉬는 법을 알려 주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 아주 빠르고 짧게 해야 코로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내쉴 때는 천천히 코로 내쉬고, 아직 안 된다면 입으로 내 쉬어도 된다. 여하튼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임팩트 있게 숨을 들이마시는 게 관건. 그래서 스노클을 하다 보면 폐활량이 많이 는다고 한다.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콧물이 엄청 나왔다. 맑은 콧물이 쉬지도 않고 나왔다. 계속 주르륵 흘렀다. 긴장해서 스노클을 너무 세게 물었는지, 턱도 좀 아팠다.


그런데 이 콧물이 수업이 끝나고 3시간을 넘게 멈추지 않았다. 수영장 물로 인한 급성 비염이 생긴 건가 싶어서 병원을 가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오후 12시가 넘어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히 나았다.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괜히 화가 났다.

왜 그렇게까지 수영을 했던 건지 나 스스로 이해가 안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까지 참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다음부터는 진짜 아닌 거 같다 싶으면 좀 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이 다짐을 지켜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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