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수업 - 다이빙까지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수영에 큰 뜻이 있는 게 아니었는데, 제가 왜 다이빙을 하게 된 걸까요?
수영 수업을 하면 할수록 물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수영에도 자신감이 붙곤 하지만, 큰 위기가 한 번씩 찾아오곤 한다.
킥판 없이 처음 자유형을 해야 할 때.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숨을 들이마시면, 얼굴이 수면 위로 뜨지 않아서 코에 물이 왕창 들어갈 것만 같았다.
첫 배영을 할 때. 아무 안전장치 없이 뒤로 다이빙해서 물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고, 그대로 모든 상체가 전부 수면 아래로 잠수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첫 다이빙에도 그러한 공포를 느꼈다.
첫 중급반 수업
첫 중급반 수업을 갔다. 중급반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수영장을 썼는데도, 레일 위치가 달라졌다고 상당히 낯설었다.
반 분위기도 조금 더 진지했다. 초급반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온 사람들끼리 친목(?) 같은 것도 좀 생기고, 영법의 어려움도 나누고 했는데, 중급반 사람들은 뭔가 수영만을 위해서 온 것 같아 보였다. (고급반은 연대가 끈끈한 수영 동료들 느낌)
모든 수영 수업의 스타트인 킥판 잡고 발차기도 아주 에너지가 넘쳤다. 앞사람과의 간격을 조금이라도 덜 벌어지게 하려면 애를 써야 했다. 초급반에서는 위험석까지만 갔는데, 중급반부터는 레일 끝까지 간다. 그래서 한 번만 왕복해도 체력이 금세 바닥난다.
바닥난 체력은 줄을 서면서 좀 채워 줘야 하는데... 좀 느리다 보니 앞사람과 간격이 벌어져 있고, 그러면 나는 수영을 더 길게 해야 한다.
등산할 때 뒤쳐졌을 때랑 비슷하다. 앞서 가던 사람들이 쉬면서 기다려 주다가 내가 보이면 다시 출발하고, 결국 한 순간도 쉬지 못한다는 그런 슬픈 스토리.
다이빙 수업
수영 수업에서 다가오는 위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 자유형이든 배영이든...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은 어느새 물속으로 사라져 있고, 내가 가야 할 레인은 비어 있고, 강사는 "하라"는 메시지를 주며 기다린다.
강사가 어떤 식으로 하라고 알려주긴 하지만,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도 뭔가 나는 안 될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어떤 서툰 점 때문에 망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거든 몸으로 하는 건 잘 못해 왔던 경험 때문에 내 몸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다.
다이빙 수업을 한다고 우르르 풀장에서 나와 줄을 서 있을 때도, 내가 그날 당장 다이빙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거 같다. 다이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진짜 뛰어들기 전에 할 만한 중간 단계가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뛰어야 했다. '팔을 쭉 펴고, 머리를 팔 사이에 고정시키고, 머리부터 떨어지듯이 물 안으로 들어가'라는 가르침만 얻은 채 다이빙을 해야 했다.
"제가 원래 수영에 큰 뜻이 있는 게 아니고, 자유형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었는데요. 제가 왜 다이빙을 하게 된 걸까요?"라는 질문을 할 시간도, 배포도 없었다.
뛰어들 수영장의 깊이는 180cm.
허리를 굽히자 눈앞에는 수영장 물만 보여서 현실감이 좀 없어졌다. 용기를 내서 상체를 조금 기울였을 뿐인데 물안으로 풍덩 몸이 들어갔다.
첫 다이빙
입수하는 순간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눈앞에 시퍼런 수영장 물이 아주 가까이에 와 있었다가, 갑자기 수영장 바닥 타일이 눈에 보였다. 수경 안으로 물이 조금 들어왔다. 수면 밖으로 나가려고 개구리헤엄을 쳤는데, 내 예상보다도 수면이 더 멀어서 조금 당황했다.
그 후로 다이빙을 몇 번 더 했는데, 그때는 수경이 아예 뒤집어지면서 벗겨졌다. 그러면 눈을 감고 수면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뒤집어진 수경이 눈앞을 막고 있어서 수경을 벗겨내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발도 안 닿고, 헤엄쳐야 할 방향도 모르고 했다. 그래도 다이빙 수업을 할 때는 가장 바깥쪽 레일에서 하기 때문에, 얼른 수경을 손에 쥐고 벽에 붙어서 올라왔다.
뒤집어진 수경. 수경이 없을 때보다 더 곤혹스럽다.그런데 마지막 다이빙은 중간 레일에서 해야 했다. 다이빙해서 그대로 반대쪽까지 수영을 해 나가는 거였다. 그전에는 수경이 벗겨지고 발이 닿지 않아도 얼른 벽 쪽으로 붙어서 나왔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거였다.
아니, 잠깐, 이건 아닌데..?
물만 바라보며 덩그러니 서 있자 강사가 수경이 너무 헐거운 것 같다며, 수경 스트랩을 조금 당겨주고(조절한 게 아니라 앞부분 스트랩을 뒤쪽으로 늘려서 당기고 수영모와의 마찰력으로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한 것)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수경 알을 눌러주었다. 어쨌든 다이빙해야 한다는 거.
고개를 숙였다. 다이빙을 잘못하면 어떤 고초를 겪게 되는지 아니까 첫 시도 때보다도 더 걱정되었다.
이번엔 수경이 잘 붙어 있어 줄까?
수경이 또 뒤집어지면 코스로프를 잡아야겠지?
잔뜩 긴장한 채로 물에 다시 빠졌다. 첫 시도 때처럼 수경 안으로 약간 물이 들어가긴 했지만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있는 반대쪽 끝까지 헤엄칠 수 있었다.
그렇게 중급반 첫 수업이 끝났다.
